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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요금 해법]②선심성 단기 처방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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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사업자, 필요에 따른 주고받기 관행 버려야

지금까지 이동통신 요금인하 논쟁에는 일정한 공식이 있었다.

'시민단체(혹은 타 부처의) 문제제기' → '정부의 눈치보기 내지 고심' → '정치권발 요금인하 발표'가 대표적인 공식이다. 어떤 형태로든 요금 문제에 정치권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일이 벌어지곤 했던 것이다.

그 결과 어떤 형식으로건 얼마간의 요금을 내리기는 했다. 문제는 그래봤자 소비자가 이를 실감하기 힘들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기본료 1천원을 내린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이를 고맙게 생각할 소비자는 드물 것이다. 오히려 생색만 냈다는 비난이 잇따를 가능성이 더 많다.

그러나 사업자는 한꺼번에 수천억원의 매출을 버려야 한다. 인하폭이 조금 더 클 경우 심각한 상태에 몰릴 기업도 있을 수 있다. 그게 현재 국내 이동전화 시장이 갖고 있는 요금 구조의 복잡한 딜레머다. 선심성이 다분한 정치적 단기처방보다 장기적으로 구조를 바꿔야 할 이유가 거기 있다.

◆오락가락 선심 정책, 불신만 키운다

지금까지 정부의 이동전화 요금 정책이 불신을 받아온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단기 처방에 매달리다 보니 형편에 따라 늘 오락가락한 것이다. 소비자 불만은 변하지 않고 사업자도 때만 되면 홍역을 앓아야 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2004년 10월 21일 당시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요금이 내려 OECD 평균값보다 낮고 서비스 질도 좋다"고 말했다.

진 장관은 그러나 불과 1년 후인 2005년 9월 29일 당정협의 자리에서 CID 요금을 기본료에 편입해 없애고, 그만큼 요금을 내린다고 발표했다. 물론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당정협의 자리에서 무료화가 결정된 건 아니지만, 한 차례 요금을 내린 터라(2천원→1천원) CID를 무료화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통령은 후보시절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이동통신비 20%를 내리겠다고 공약(公約)했다. 그 뒤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이 문제를 놓고 여러 차례 오락가락해 비난을 받았다.

또 2008년 9월부터 폐지키로 했던 이동통신요금(소매) 인가제는 슬그머니 유지됐다. 재판매(MVNO, 도매)활성화의 초석이 될 도매대가 사전규제는 정부 제출 법안에서 사라졌다. 요금 인가제는 이통사들의 담합의 근원이라는 의심을 받고있지만 결국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인수위 시절 20% 정도가 안되더라도 15% 정도는 통신요금을 내리는 효과를 가져온다던 재판매제는 도입 효과가 의심이 되는 상황으로 법안의 실효성이 변질됐다.

그래서 "이동통신비 20%를 내리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선심성 공약이었다"는 말도 적지 않게 들린다. 그 공약이 얼마나 부실한 정치적 선심 공약인지는 몇가지 수치만으로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2008년 이통 소매시장 월가입자당매출(ARPU)은 무선재판매를 제외했을 때 SK텔레콤 3만8천60원, KTF 3만1천288원, LG텔레콤 3만213원이다. 이를 단순평균하면 3만3천187원인데, 여기서 20%(6천600원)를 내린다고 하면 2만6천549원이 된다.

여기에 무선재판매를 제외한 순수 이통 3사 가입자수를 곱하고 이를 12개월로 환산하면, SK텔레콤(가입자수 2천300만명)이 대략 1조8천216억원, KTF(가입자수 1천130만명)가 8천949억원, LG텔레콤(가입자수 792만명)이 5천773억원의 연간매출이 순식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KISDI 한 연구원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공약대로라면 2006~2008년까지 이통 3사의 소매시장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는 SK텔레콤은 성장 정체, 1천억~4천억원 대의 KTF는 마이너스, 영업익 3천억원을 넘기기도 어려운 LG텔레콤은 망할 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가계통신비 20% 인하 공약은, 말하자면 이동통신 회사 한 곳을 정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정도의 이상적인 '외침'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산업성장과 민생복지를 상생의 가치로 삼겠다는 이 대통령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어처구니 없는 공약이 대통령 재임시절 동안 내내 유령처럼 되살아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단기 처방에만 관심...치료는 '나 몰라라'

정치권 뿐 아니라 이동통신사업자들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서비스 질을 높이고 요금을 내리는 형태의 개방적이고 건전한 경쟁은 회피하는 대신 손쉽고 간편한 보조금 경쟁에만 치중해온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역으로 요금 인하를 촉구하는 명분과 근거로 되돌아오곤 했다. 특히 장기적인 경쟁 활성화 정책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용역을 줘 작성한 '2008년 이동전화 서비스 경쟁상황평가(안)'에 따르면 구매력지수(PPP) 기준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요금은 다량이용자가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편이고, 중간이용자는 평균수준이며, 소량이용자는 높은 편이다.

그런데 이에 따르면 음성통화료의 경우 2005년 이후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 결과 이동전화 전체 요금지수가 낮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선불제 비활성화 등 소량이용자의 요금 선택 폭 역시 미흡한 상황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은 선불카드를 주로 하는 소규모 별정통신사업자들이나 이동전화 재판매 사업자들이 시장에 들어와 제 역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3사가 별정통신 사업자나 재판매 사업의 진입을 막아왔으며, 상대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해왔다는 얘기도 된다.

정책연구원은 이와 관련, "(이통 3사 외에 경쟁 활성화를 유인할) 2008년 무선 재판매 사업자들의 가입자 기준 점유율은 0.9%에 불과해 무선 재판매 사업자들의 존재가 시장에 경쟁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이동통신 업계가 데이터 통화료를 낮추고, 무선망 개방을 촉진해야 한다는 국회 지적에 눈 감아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004년과 2005년 지난 17대 국회에서 홍창선•유승희 의원은 '패킷당' 과금이라는 복잡한 데이터 통화료 체계를 정액제 등으로 바꾸고, 외부포털의 접속경로를 차별하는 않는 무선망 개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정통부와 이통사업자들은 망투자 보상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통사들은 무선인터넷 수익 정체에 심각성을 느낀 2008년 이후에서야 무선망 개방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통화료+정보이용료'를 합친 정액제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사이 소비자들은 휴대폰 무선인터넷을 외면하게 됐고, 그 결과 이동통신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콘텐츠과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생태계도 무너져 버렸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호성 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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