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협력부문은 경륜이, 개인고객부문은 실적이 중요하다?"
이석채 KT 회장이 또 한번 인사를 통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신임 사장 취임 직후 첫 임원 인사에서 경쟁사 출신이라도 능력있다면 중용하고, 내부 인맥에 치우치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 바 있다.
24일 이석채 회장은 합병KT호를 이끌 대외협력부문장(CR부문장)으로 석호익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개인고객부문장으로 김우식 KT파워텔 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개인고객전략본부장으론 수학 전문가인 양현미 신한은행 마케팅전략본부 본부장를 영입했다.
석호익 전 원장은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지난 해부터 KT 합류설이 끊이지 않았지만, 김우식 사장과 양현미 전무의 등용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다.
또한 KT그룹의 양대 주춧돌이 될 대외협력부문과 개인고객부문의 수장을 각각 '경륜'과 '실용'의 시각으로 뽑았다는 평가다.
◆대외부문, 부회장이 책임져
KT 김영환 부문장, KTF 유기헌 부문장 등 그동안 KT그룹의 대 정부 및 대 국회 활동을 맡던 대외(협력)부문장은 '전무'급이 책임져 왔다. 하지만, 이석채 회장은 이사회를 열고 '부회장'급 직제를 신설해 석호익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모셔(?)왔다.
20년 넘게 정보통신부 공무원으로 일했고, 국내 최고의 정책분야 연구소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을 지낸 석 전 원장에 대한 예우라는 시각도 있지만, 남중수·조영주 전 사장의 구속사태를 겪으면서 대외부문의 중요성을 인식해 중량감있고 경륜있는 인물을 물색하면서 그에 맞는 직위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가 투명한 만큼 외풍에 흔들릴 우려도 있는 KT의 현실을 직시해 맞춤형 인재를 모셨다는 것이다. 서울고검 검사 출신의 정성복씨를 윤리경영실장(부사장)으로 영입해 대대적인 내부 사정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석호익 대외협력 담당 부회장의 영입에 따라 KT 대외부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CR부문은 기존 대외협력실과 홍보실을 통합해 대외협력 업무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석 전 원장은 한나라당 전략공천 후보였고 당협위원장을 지냈을 만큼 정치권과의 관계가 두텁고, 청와대나 방통위와의 소통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KTF와의 합병으로 KT 대외부문이 100여명으로 늘면서 대 정부 활동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KT는 "석호익 전 원장의 CR부문장 영입과 대외협력기능 강화는 KT가 합병에 맞춰 본격적인 컨버전스 시대의 시장 리더십을 선점하고 정보통신 산업의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개인고객부문, 외형보다는 실리중심
대외협력부문과 달리, 개인고객부문장(사장)은 철저히 비즈니스 전문가를 영입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정규석 대구경북과학기술원장(전 데이콤 사장) 등 거명됐던 유명 인사들이 아닌 자회사 KT파워텔 사장을 끌어올린 데 대한 KT 안팎의 얘기다.
김우식 KT파워텔 사장은 2005년 이용경 KT 사장 시절 이사회 멤버(부사장)로 활동했고 기술·영업·마케팅본부장 등 실무 경험도 풍부하지만, 나서기 보다는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이다. KT 관계자는 "이석채 회장이 김 사장이 적자의 수렁에 빠진 KT파워텔을 2년 연속 흑자로 바꿔놓은 데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혁신을 통해 적자 계열사인 KT파워텔을 2년 연속 흑자 기업으로 전환해 경영진의 두터운 신임을 확보한 것이 금번 인사의 배경이라는 얘기다.
개인고객전략본부장(전무)에 영입된 양현미 신한은행 마케팅전략본부 본부장 역시 언론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는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응용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신한은행에 특채됐다.
가치경영실 차재연 상무가 KT-KTF 합병과정에서 1조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최적의 조건으로 발행해 900 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안기고, 이석채 회장이 "KT 상품을 결정하는 대부분의 고객이 여성"이라며 여성 임원 영입 의지를 밝히자, 개인고객부문 여성 임원 영입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KT 관계자는 "양현미 전무는 고객의 내면을 읽는 여성으로서의 장점외에도 신한은행에서 수학적으로 '고객행동유형 분석모델'을 개발해 마케팅에 성공한 최고의 마케터"라고 평했다.
KT측은 "양 전무의 영입은 능력위주의 인사를 표방한 이석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강호성 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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