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KBS 후임 사장 개입?…정황 드러나, 파문 예고

청와대가 KBS 후임 사장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언급한지 단 하루만에 KBS 사장 선임문제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22일자 경향신문에 따르면 정정길 대통령 실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재천 KBS 이사장이 김은구 전 KBS 이사 등 KBS 전·현직 임원 4명과 새 사장 인선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여권과 방송계 관계자에 따르면 정 실장과 이 대변인, 최 위원장은 일요일인 지난 17일 저녁 서울시내 한 호텔 식당에서 유 이사장과 김 전 이사 등과 2시간 동안 만나 정연주 전 사장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KBS 새 사장 인선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당시 모임에 박흥수 강원정보영상진흥원 이사장(전 KBS 이사)과 최동오 육아TV 회장(전 KBS 부사장)도 자리를 같이 했다.

특히 김은구 전 이사는 KBS 이사회가 지난 21일 24명의 새 사장 후보에 응모자 가운데 5배수에 포함됐을 뿐 아니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청와대가 이미 KBS 사장 후임을 낙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만한 대목이다.

최시중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KBS 후임 사장이 중요한 문제이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여러분을 모시게 됐다"는 취지의 인사말을 했다고 여권과 방송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정 비서실장도 "KBS 문제가 매우 중요하니 후임 사장을 잘 정해야 한다"는 식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참석자는 "김인규 후보 카드가 물 건너가서 후임 사장을 정하는 문제가 급해졌다. 사장을 공정하게 잘 뽑아 MB 업적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인규씨를 (사장으로)보내야 하는데 낙하산 얘기가 너무 많이 나와 힘들어졌다. 후임 사장을 잘 뽑아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에 김은구 전 KBS 이사는 경향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얘기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 모임과 관련, 청와대는 "이들이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의견수렴 차원이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저를 포함해)정정길 실장 등이 유 이사장 및 KBS 전직 원로들을 만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어디까지나 KBS 공영방송을 위한 독립성·공정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의견을 들으러 간 자리였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KBS 사장 후임)인선에 관한 이야기는 일절 없었다"며 "(모임을)편안하게 생각한 것은 불찰이다. 공영성 확보를 위한 의견을 듣는 자리라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KBS 이사회는 21일 후임 사장 공모에 지원한 24명에 대한 서류 심사를 벌인 결과 김은구 전 KBS 이사와 이병순 KBS 비즈니스 사장, 김성호 전 KBSi사장, 안동수 전 KBS 부사장, 심의표 전 KBS 비즈니스 감사 등 5명을 후보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조만간 이들 5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고 오는 25일 최종 1명은 뽑아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제청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