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컴퓨터가 최근 마감된 올해 1분기 실적에서 8억원의 영업 이익을 올렸습니다. 3년만에 처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입니다.
잘 알다시피 삼보는 한 때 국민 벤처, 국민 컴퓨터로 불렸던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후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한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삼보가 절치부심 끝에 올 초 법정관리에서 벗어나고, 실적도 호전됐다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삼보컴퓨터를 인수한 셀런은 삼보를 되살려 놓고, 내년에 재상장까지 추진하겠다고 호언했었죠. 삼보는 28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재상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한 방법으로 삼보컴퓨터 대표 김영민 부회장은 "기존 '저가 컴퓨터' 이미지를 버리고 고급 프리미엄 PC 업체로 재탄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1분기에 흑자 전환을 했다고 하니 김 대표의 전략은 맞아떨어진 것일까요. 그런데 삼보컴퓨터의 실적을 꼼꼼히 살펴보니 앞뒤좌우가 꼭 들어맞는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최고로 잘나가는 연예인 '무한도전' 멤버를 전면에 내세워 TV 광고까지 하며 '저소음 PC', '고급 PC'의 이미지 쌓기에 한창이지만, 정작 삼보컴퓨터를 먹여살린 것은 예나 지금이나 중저가 PC였던 것으로 확인됐으니까요.
업계에 따르면 삼보컴퓨터의 프리미엄 PC 신제품 '루온 크리스탈'의 판매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삼보가 아직까지는 프리미엄이 붙을만한 브랜드 가치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중저가형 PC가 잘팔려나간 것은 결국 삼보컴퓨터가 "앞으로는 프리미엄, 뒤로는 실속 챙기기" 전략을 펼쳐 성공한 사례로 보입니다.
프리미엄 PC 마케팅이 매출에 직접적인 기여는 하지 못했지만 소비자들이 막연히 품고 있는 "삼보? 부도난거 아니야?", "삼보컴퓨터는 저가형 뿐이잖아?"라는 고정관념들을 깨는데는 일조한 셈이니까요.
애당초 김영민 대표는 "우리는 고급 PC 팔 겁니다"라고 너무도 자신만만하게 말해 투자자들과 기자들이 "누가 삼보 고급 PC를 사겠습니까"라는 반문했죠.
그는 당시 "그들이 꼭 사고싶어 하는 PC를 만들껍니다"라고 말했지만, 그 자신만만했던 미소 뒤엔 실은 '고급 PC 전략'을 바탕으로 한 중저가 PC 판매 활황, 이로 인한 실적 개선 노림수까지 숨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소비자들은 이제 "삼보 부도난데 아니야?"라는 생각보다 "무한도전 PC 만든데가 삼보인데, 이렇게 싼 것도 나오네"라는 생각으로 PC를 구매하는 모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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