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업체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수장들이 해외 후발업체들과 기술·생산 협력에 대해 반대 입장을 펼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이러한 심중은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반도체산업협회·연구조합 정기총회'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하이닉스는 대만의 프로모스테크놀로지스와 제휴를 맺고 D램 미세공정 기술을 이전하는 한편, 일부 생산물량을 받아오고 있다. 최근 업계 선도적인 D램 기술의 추가이전 문제가 지난 2007년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의 제정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은 이날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가적으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차세대 D램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선진국에서 핵심기술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는데, 국내에서 이를 수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런가 하면 황 사장은 하이닉스 측에서 이전코자 하는 양산기술과 핵심 설계기술은 적잖은 차이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 "모두 핵심기술로 보호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이닉스가 프로모스에 대한 기술이전 관련 지식경제부에 신고를 하면, 정식으로 자사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동안 해외 반도체 기업과 기술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던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으로선 불쾌할 수밖에 없는 상태. 김 사장은 이날 "프로모스와 지난 3년 동안 제휴를 맺어왔지만, 그 업체가 이를 활용해 차기 기술을 개발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프로모스 측에 이전한 기술이 이미 국내에선 도입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기술이고, 설계가 아닌 양산과 관련한 기술로 국가 경쟁력을 저해할 소지가 없다는 입장인 것.
김 사장은 "핵심 기술유출은 한국 반도체 산업에 있어 중대한 문제"라며 "만약 프로모스에 대한 기술이전이 유출의 소지가 될 수 있다면 스스로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은 D램에 대해 80나노미터 이하 미세공정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지식경제부에 신고해 관련 조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만약 '국가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의결을 거쳐 수출금지를 명할 수 있다.
지난 2005년부터 프로모스와 제휴를 맺은 하이닉스는 2007년 말부터 60나노급 공정기술을 이전하기 위한 협상을 벌여왔다. 60나노급 공정기술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이미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상 지식경제부에 신고를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게 하이닉스의 입장.
그동안 황 사장과 김 사장은 해외업체들과 제휴협력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여왔다. 기술·제품 관련 주도권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는 황 사장은 그간 해외 메모리반도체 기업들과 제휴하기보다 독자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하는데 매진했다. 반면 김 사장은 업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다각도의 제휴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과 함께, D램 등 다양한 반도체 분야에서 해외기업들과 제휴를 맺었고 현재도 협력모델을 발굴·추진하고 있다.
하이닉스와 프로모스 간 기술이전 협상이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입장차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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