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로만 가능했던 인터넷이 휴대폰으로 TV로 들어가면서, '네트워크중립성(망중립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망중립성은 인터넷 그 자체였다. 구글 부사장이 된 빈트서프(Vinton G. Cerf)가 '70년대 설계했을 때 부터 "누구든 원하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ent-to-end principle)"는 망중립성은 인터넷을 관통하는 원리였다. 웹을 통한 참여형 민주주의가 가능했던 것도 이 덕분이다.
그러나 2007년 현재, 우리의 인터넷은 복잡하다.
예전같은 인터넷(오픈 인터넷)만 있는 게 아니라 계층인터넷(BcN)이란 게 나와 복잡해져 버렸다. 계층인터넷은 광가입자망(FTTH)같은 통신망 고도화나, IPTV, 휴대폰 무선인터넷과도 관련있다. 즉 망중립성은 인터넷의 원리로서만이 아니라 방송통신융합 시대 공정경쟁, 산업발전과 밀접한 관련을 맺게 된 것이다.
오픈인터넷과 계층인터넷이 공존하는 시대에도 '망중립성'은 의미가 있을 까. ▲ 보완하고 구체화하더라도 지켜져야 한다는 쪽과 ▲ 통신회사가 망고도화에 투자하려면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공정경쟁 문제와 지속가능한 산업발전이란 측면에서 '망중립성' 을 해부해 본다.
◆네이버, KT 품에 안기다...IPTV와 IDC에서 제휴
NHN이 독자적으로 IPTV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하지 않고 KT와 제휴하기로 했다. 국내 인터넷 검색시장의 70%를 차지한 NHN이 KT의 IPTV에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 들어가고 KT가 2008년 준공하는 IDC에 3층을 빌려 쓰기로 한 것이다.
언뜻보면 NHN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비춰지지만, 내부를 들여다 보면 KT가 가진 망 과점 상태를 극복하기 어려우니 현재의 네이버(인터넷플랫폼단의 지배력)을 무기로 '살길'을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최대 망사업자인 KT와 제휴함으로서, 이용자제작콘텐츠(UCC)로 위협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나 SK텔레콤의 지원을 받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추격을 물리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는 인터넷업계를 둘러싼 공정경쟁 문제를 감안했을 때 선두업체로서 지나치게 자신의 단기이익만 고려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KT와 제휴한 네이버 이야기 NHN은 구글이나 MS처럼 자체 발전시설을 갖춘 IDC를 만드는 것을 검토하기 위해 백도민 CIO 아래 태스크포스팀을 만드는 한편 지난 해 초 지앤지텔레콤(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센터장 출신의 김영모 팀장을 영입해 인프라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 그후 IDC에 입주한 인터넷기업들의 공통과제인 BGP(Border Gateway Protocol)연동과 KT IDC에 다른 통신회사 광케이블 인입 등을 요구하며 협상해 왔다. 늘어나는 트래픽에 대비하려면 외국처럼 BGP를 통한 네트워크 안정화와 망비용절감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허진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등이 함께 나서 정보통신부와 KT를 설득해왔지만, NHN은 결국 KT에 인프라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인프라태스크포스를 해체하고 '관리운영'팀으로 돌렸다. 정부나 KT에 더이상 BGP나 광케이블 인입, 인터넷연동점(IX) 정상화 등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에대해 최휘영 NHN 사장은 "국내 인터넷산업을 발전시키기위한 선도적 시도"라고 평가했다. ◆"네이버도 벌벌 떤다"...익명의 전문가 인터뷰 이에대해 익명을 요구한 인터넷 업계 한 전문가는 "NHN으로서는 당연할 수 있지만 전체 인터넷 산업에는 치명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끼리 상호시너지를 낸 게 뭐가 문제인가. "각사 전략에 맞춰 제휴한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통신과 플랫폼 지배적 사업자끼리 한배를 타면서 다른 기업들이 요구하는 공정경쟁 문제가 묻힌다는 게 심각하다" -KT와 NHN의 지배력은 어느정도로 보는가. "KT는 필수설비인 시내망을 가지고 있다. 시내망은 전화국에서 가입자 집까지 오는 가입자 선로다. 뿐만아니라 인터넷데이터센터(IDC)와 인터넷연동점(IX)을 갖고 있으며, 초고속인터넷에서도 50%가까운 점유율(코넷)을 갖고 있다" "NHN 역시 지금은 마찬가지다. 누구든지 홈페이지 첫화면을 바꿀 수 있어 인터넷시장에는 진입장벽이 없다지만, 다른 기업들 보다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에 소극적이고 뉴스독점 등을 통해 인터넷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 IPTV나 IDC, IX 제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 가. "네이버는 다음과 달리 국조실과 국회에서 IPTV 논의가 있을 때 앞장서 망중립성(망없는 사업자도 사업할 수 있게 하는 망동등접근)을 요구한 적이 없다. 또한 BGP나 IX 문제도 한 때 제기하다 이번에 포기했다. 따라서 네이버가 앞장서 망중립성을 요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의 IDC나 IX 제도가 문제없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국내 IDC는 서버호텔이 아니다. 망사업자의 회선끼워팔기로 입주기업들이 회선비용을 줄이지 못하고 있으며, BGP 연동이 안돼(그림1) 논리적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를 만들기 어렵다. 그만큼 인터넷기업 입장에서는 망운용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이를 개선해야 한다(그림2)" "IX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비영리인 한국전산원외에 KT, 데이콤, 하나로 등 3개 민영IX 가 있는데 KT IDC는 KT IX와 연동비를 정산하지 않는 등 호스트웨이 등 독립IDC와 비교했을 때 공정하지 않은 게임을 하고 있다. 방법은 인터넷 기업들이 힘을 모아서 관계당국에 광대역통합망(BcN) 시대에 맞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인데, 쉽지 않게 됐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뭔가. "인터넷 시대에는 망연동 및 접속정책을 물리적 설비기반이 아니라 논리망 중심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IDC의 BGP 문제를 해결하고 KT 국사에도 다른 통신사업자 광케이블이 들어와 경쟁할 수 있게 하며, 늘어나는 트래픽 시대에 맞춰 정부허가 IX와 민영IX를 구분해 일정 볼륨이상의 사업자는 새로운 망연동이 가능해지도록 정부가 강제하는 것이다. 그러면 재난대비책으로 주목받는 지방 IX이전도 가능해질 것이다" ◆"망중립성은 공정거래 관점에서 봐야"...전응휘 녹소연 정책위원 NHN과 KT간 제휴로 국내에서는 '망중립성'에 대한 공론화가 어려워진 가운데, 망중립성을 통신과 방송, 인터넷이 융합하는 컨버전스 시대에 공정경쟁의 관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정책위원은 "망중립성은 참 어려운 문제"라면서 "예전 인터넷의 원리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니, 사안별로 보완하면서 지켜가야 할 가치"라고 설명했다. 망중립성을 인터넷 기업이나 네티즌 입장에서 보면 "망에 관계없이 합법적인 콘텐츠에 접근할 권리"가 되지만, 통신회사 입장에서는 "망 매출 감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통신 등 인터넷서비스기업들(ISP)들이 망을 지나가는 모든 통화량(트래픽)을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미연방통신위원회(FCC)는 이와관련 지난 2005년 8월 정책선언을 통해 4가지 기본입장을 확인했다. ▲ 이용자는 원하는 합법적인 인터넷콘텐츠를 선택해 접근할 수 있고 ▲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원하는 인터넷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으며 ▲ 망에 피해를 입히지 않는 한 합법적인 기기를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고 ▲ 망제공사업자들,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사업자들, 콘텐츠제공기업간에 경쟁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원칙일 뿐, FCC는 작년 미국의 인터넷전화 사업자인 스카이프가 FCC에 제기한 무선망에서의 중립성 문제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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