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DMA2000 EV-DO 리비전A(이하 리비전A) 상용화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삼성전자에 EV-DO 네트워크를 리비전A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요청한 데 이어 LG전자에 리비전A 단말기 개발을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EV-DO 리비전A 투자에 대한 내부 검토를 마치고 상용화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LG전자와 리비전A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도 "최근 SK텔레콤이 리비전A 단말기 개발을 요청해와 관련 업무를 진행 중"이라며 "물량이나 시기 등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LG전자는 LG텔레콤의 리비전A 9월 상용화 계획에 맞춰 휴대폰을 개발하고 있었으며 최근 SKT의 요청에 따라 SKT용 단말기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공식적으로 이를 부인하고 있다. SK텔레콤 홍보실은 "R&D 차원에서 리비전A를 개발하고 있으나 현재로서 상용화 계획은 없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나 SK텔레콤은 LG전자에 앞서 삼성전자에도 EV-DO망을 리비전A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솔루션 개발을 요청한 상태다. SK텔레콤의 EV-DO 기지국 장비는 삼성전자로부터 전부 공급받기 때문이다.
EV-DO에서 리비전A로의 전환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에 큰 기술이나 비용의 장벽은 크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텔레콤이 올해 전국 84개시에 EV-DO망을 구축하는데 2천500억원의 투자 비용을 예상하는 만큼 SK텔레콤은 이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도 망 구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부의 승인이다. SK텔레콤이 리비전A 서비스를 위해서는 정통부로부터 중요통신설비 설치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통부는 "신청이 들어오면 기존 서비스와의 적합성, 보완성,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평가해 심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통부는 이미 LGT의 리비전A을 허용했기 때문에 SKT에 대해서도 반대할 명분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SKT가 리비전A 상용화를 본격화할 경우 WCDMA 활성화라는 정부의 정책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통부가 어떠한 정책적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SKT의 리비전A 상용화는 한참 불붙은 WCDMA 대중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 SKT가 공식적으로 리비전A 상용화 계획을 밝히지 않는 것도 이러한 부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SKT, 왜 리비전A 투자하나
SKT는 리비전A 상용화를 단행할 경우 실보다는 득이 많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SKT가 리비전A를 상용화할 경우 기존 800㎒ 주파수 대역의 CDMA(2G) 가입자들도 WCDMA로 전환하지 않고 고속의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리비전A는 기존 EV-DO보다 데이터 전송속도를 향상시켜 다운로드의 경우 최고 3.1Mbps까지 구현할 수 있는 특성을 갖고 있다.
기존 SKT의 2G 가입자들은 번호를 010으로 바꾸지 않더라도 영상통화 등 WCDMA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SKT는 리비전A 상용화를 통해 3G 시장에서 KTF의 독주를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먼저 HSDPA 전국망을 구축한 KTF가 통화 품질의 우수성과 다양한 단말기 라인업을 내세우며 자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비전A는 한순간에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미 2G에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SKT는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는 3G 시장으로의 급격한 전환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리비전A를 상용화하면 막대한 투자 없이도 기존 2G 가입자들을 고스란히 3G로 전환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하루빨리 3G 시장으로 전환해 WCDMA에서는 1위를 차지하겠다는 KTF의 야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SKT가 리비전A를 상용화할 경우 현재 KTF에게 빼앗긴 3G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아 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T는 3G에서도 2G와 같은 '마켓 리더십'을 행사해 완급을 조절하겠다는 의도다.
정통부로서는 2G에서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T가 리비전A에 대해 투자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후발 사업자의 반발도 무마해야 한다. KTF는 리비전A도 3세대이니만큼 010 번호를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2천만 가입자 전부를 2㎓ 대역의 WCDMA로 전환하거나 수용할 수 없다는 측면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WCDMA가 활성화하더라도 800㎒ 대역의 CDMA 서비스에 남아 있는 고객도 수백만에 이를 것이라는 것. 또, 현실적으로 2㎓ 대역에서 2천만의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따라서 여러가지 이유로 2G에 계속 남아있는 고객들에게도 WCDMA와 같은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CDMA 네트워크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강희종기자 hjkang@inews24.com, 명진규 기자 almac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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