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협상이 타결되면서, 우리나라도 까다로운 미국의 저작권보호 제도에 맞춰 국내 법을 바꿀 수 밖에 없게 됐다.
문화부는 이번 기회에 국내 저작권 제도를 국제수준으로 높이는 게 장기적으로 문화산업을 발전시킬 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저작권 보호가 지나칠 경우 국민들의 창작을 위한 저작물 활용도 줄어 문화발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당장 출판·캐릭터·온라인서비스 기업(OSP)에는 피해가 예상된다.
따라서 정부가 국내법을 고치거나 대책을 만들 때, 협상결과를 우리 현실과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작권 분야, 7대 쟁점...얻은 건 병행수입 허용정도
문화부에 따르면 이번 한미FTA 협상에서 저작권분야는 ▲보호기간 연장 ▲ 일시적 복제 ▲기술적 보호조치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의 침해자 정보 제공 ▲비친고죄 ▲법정손해배상 제도 ▲병행수입 금지 등이 논의됐다.
문화부 소관분야 저작권 협상결과(출처: 문화부)
| 분야 | 협상결과 | 내용 |
| 보호기간 연장 | 조건부 인정 | 자연인, 비자연인(법인 등) 일률적으로 70년으로 연장+유예기간 2년 명시 |
| 일시적 복제 | 조건부 인정 | 일시적 저장에 대한 복제권을 인정하되 '공정이용(fair use)'예외 명시 |
| 기술적 보호조치 | 조건부 인정 | 접근통제 기술적 보호조치 보호를 인정하되 예외규정을 명시(향후 기술발전에 대비) |
| OSP의 침해자 정보제공 | 인정 |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 저작권 침해자의 개인정보 제공 의무 부여 |
| 비친고죄 | 우리제도와 유사 | '상업적 규모'의 저작권 침해시 비 친고죄 적용 |
| 법정손해배상제도 | 인정 | 법정손해배상제도 도입 |
| 병행수입금지 | 불인정 | 현재와 같이 저작물 병행수입 허용 |
저작권 보호기간은 개인이든 법인이든 협정이 발효된 2년이후 부터 저작권자가 죽은 뒤 70년동안 보장된다. 예전 50년에서 20년 늘어난 것. 일본은 사후 50년까지만 보호해 일본 저작물은 예외다.
일시적저장에 복제권이 인정됐다는 의미는 컴퓨터 메모리(램,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지워지는 휘발성 메모리)에 일시적으로 저장되는 경우에도 저작권자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 법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던 사안.
즉 한 기업이 네티즌이 돈주고 산 블로그 배경음악 서비스를 연결해 검색한 뒤 공짜로 들을 수 있게 한다면, 예전과 달리 저작권자로 부터 권리를 요구받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문화부는 네티즌들이 웹브라우징이나 검색 행위 등을 통해 저작물에 접속하는 행위는 여전히 한미FTA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기술적 보호조치에 접근통제를 인정했다는 의미는 예전에는 저작물의 이용만 통제했지만, 앞으로는 접근자체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즉 미국 미디어 그룹이 국내에서 음악이나 영화를 서비스하면서 암호화조치를 해서 돈낸 사람외에 접근 자체를 못하게 할 수 있다는 말. 이 경우 우리나라 국민은 미국의 접근통제 조치를 방해할 수 없다.
문화부는 국민의 정보 접근권을 제한하지 않기 위해 접근통제의 예외조항을 넣었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가장 심각한 내용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 침해자 정보를 제공토록 한 점과 비친고죄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인 점, 그리고 '실손해 배상'이 아닌 '법정손해배상제도'를 두기로 한 점이다.
즉 포털이나 카페주인은 방문자나 고객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신고받을 경우 그들의 주민번호 등을 미국 미디어 그룹에 줘야 한다. 문화부는 이 경우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법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신속한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도입된 만큼 개인정보 유출을 막을 대안은 없다는 지적이다.
저작권 침해시 배상액도 현재보다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우리 법에서는 실제손해가 발생한 것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법원이 정했지만, 앞으로는 법에 먼저 배상액의 하한액을 정하고 이에 근거해 판결받게 된다.
비친고죄 역시 개정저작권법에 일부 조항이 있지만, 시행령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훨씬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가 아닌 사람도 신고할 수 있는 비친고죄를 받아들이는 국가는 별로 없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정부는 '병행수입'허용을 받아냈다. 병행수입이란 국가별로 다른 음반, DVD 등 정품 저작물의 경우 가격이 낮은 국가에서 가격이 높은 국가로 수입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미국은 원래 병행수입 금지를 주장했었다.
병행수입이 허용되면 국내 저작물의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문화부 후속대책 허술...보다 정교해져야
문화부는 한미FTA협상에서 저작권 법제가 강화됨에 따라 ▲ 영상물의 합법적 유통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저작권관리(DRM) 기술 개발 및 표준화를 지원하고 ▲ OSP에 침해자 개인정보 공개 제도를 도입하되, '정보 사용의 범위'를 한정하는 제한 규정을 명시하며 ▲ 포괄적 공정이용 조항, 확대된 집중관리 제도 등 저작권 이용활성화를 위한 신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 청소년 등 일회적인 단순침해에 대해서는 선도조건부 기소유예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 특허 전문가인 '변리사'와 유사한 성격의 국가 공인 '저작권 관리사'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관련법과의 충돌을 해소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다.
이동통신회사 등 대기업이나 저작(인접)권자들의 지배력 유지 의도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공염불'에 그칠 우려도 있다.
먼저 OSP에 개인정보를 공개하게 하자는 것은 범위를 떠나 현행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과 상충한다.
또한 DRM 표준화나 확대된 저작물 집중관리제도의 경우 이통사와 저작권자, 저작인접권자들의 반대가 예상된다.
이통사는 표준화가 아니라 시장자율적인 DRM을 통해 네트워크와 콘텐츠간 시너지를 높이려고 한다.
저작(인접)권자들은 집중관리제도가 확대돼 특정 신탁관리단체와 저작물 이용허락 계약을 체결했을 때 그 효력이 단체에 권리를 신탁하지 않은 곳에도 미치게 되면 자신의 몫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온오프라인 문화산업계, 美 미디어 그룹 공세 예상
문화부의 후속대책은 허술하지만, 당장 업계에는 비상이다.
당장 20년 늘어나는 저작권보호기간의 경우 국내 출판업계와 캐릭터 업계의 피해가 예상된다.
출판서적의 25%가 외국계 번역물임을 감안했을 때 저작권료가 크게 늘어나는 것. 문화부 자체 집계만 봐도 출판의 경우 679억원(향후 20년기준)이 늘어난다.
그러나 출판업계는 실제 피해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인형이나 옷, 신발 등 2차 상품까지 합하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미키마우스 처럼 현재 저작권료를 내지 않는 저작물이 대거 포함되기 때문이다.
IT(정보기술) 업계는 더 힘든 상황이다. 일시적저장에 의한 복제권 인정, 접근통제 인정 등은 기술발전이나 아이디어 생산을 막을 우려가 크다.
예들들어 지금은 일시적 저장과 전송권이 합쳐진 상황이다.
인터넷에서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서비스하거나 배경음악 아이템을 블로거에게 팔아 장사하는 모델.
그러나 일시적 저장만을 이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앞으로는 저작권료를 내야 하며, 특히 UCC(이용자제작콘텐츠) 활성화에 따라 저작권과의 충돌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화된 저작권 법제는 온라인 사업에 발목을 잡게 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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