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SO, '불법 방송 송출과의 전쟁'

케이블방송사업자(SO)들이 공시청망(MATV망)을 이용해 무단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불법방송사업자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MATV망은 공동주택에서 지상파방송을 공동으로 시청하기 위해 옥상의 안테나를 통해 수신된 방송신호를 구내망을 통해 각 세대를 전달하는 시스템.

그런데 최근 일부 사업자들이 MATV망을 유지보수한다는 명목으로 이를 점거한 채 "저렴한 비용으로 방송을 볼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소비자들을 호도하고 무허가 방송 송출을 시도하고 있어 SO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

목포와 영암지역에서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 한국케이블TV서남방송은 얼마 전 무허가 방송 송출 혐의로 KT 목포지사 직원들과 KT 협력업체 대표, 아파트 입주자 대표 등을 형사고소했다. 부산에서도 최근 두 곳의 유사유선방송사업자들이 무허가 방송을 송출하는 사례가 적발돼 해당 SO들이 형사고소 절차에 들어갔다.

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이러한 무허가 방송 송출에 대해 "방송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방송위원회에 정식 등록한 사업자만 방송사업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공중에 떠다니는 전파를 잡아서 수신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것은 방송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MATV망을 이용한 불법 방송 송출은 한두 해 있던 일은 아니다. 케이블TV방송협회(이하 케이블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동안 무허가로 방송을 송출하다 적발된 사업자들이 서비스한 지역은 수도권 지역만 35만가구였다.

그러나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들이 그동안 SO와 맺은 단체계약을 해지하고 재계약을 하는 틈을 이용해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케이블협회는 실태 파악에 착수한 상태다.

이용식 케이블협회 법무팀장은 "케이블 시장이 77개 권역으로 나눠져 있다보니 그동안 군소사업자들의 불법 방송 송출을 제대로 적발하지 못했는데 거대 통신사업자까지 불법행위에 나선 것을 보면 사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무허가 사업자 때문에 불법방송을 보고 있으면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이 팀장은 SO들의 피해가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무허가 사업자들은 유사홈쇼핑을 방송하기 때문에 홈쇼핑 채널들도 피해를 보고 있는 상태며, 무허가라서 조세 포탈의 우려도 있다. 또 무허가 시공업자들이 MATV망에 위성주파수를 받아서 방송하다 MATV망이 망가지면 이제껏 유지보수해오던 SO들이 망가뜨렸다는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방송위원회 역시 최근 이러한 위법사례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각 SO들의 실태 파악 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