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유림 기자] 정부는 구글이 요청한 지도 국외 반출 요청에 대한 판단을 한 차례 더 미루기로 했다. 앞서 정부는 두 차례 유보 결정을 내렸는데 이번에는 구글이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도록 했다.
한·미 관세·안보 협상 결과가 담긴 외교 문서인 공동 팩트시트 발표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대외 상황 등도 함께 고려해 정부가 보류 결정을 내리며 신중한 입장을 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이 사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만큼 이를 계기로 기존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구글 지도 서비스 화면 예시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e99b685e590dc6.jpg)
국토교통부(국토부)는 11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측량 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열고 구글이 요청한 1대 5000 축척(지도에서 1cm는 실제 지표에서 50m와 같음)의 국가기본도 반출 여부와 관련해 구글에 내년 2월 5일까지 보완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결정했다.
협의체는 구글이 지난 9월 안보 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노출 금지 등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관련 내용을 포함한 보완 신청서를 추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글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한국 지역의 (위·경도) 좌표 정보를 (구글 지도의) 국내외 이용자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치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구글은 국내 서버 설치가 지도 서비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유지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당시 구글 측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했지만 그러한 입장과 관련해 향후 조치는 어떻게 할 것인지, 내용 전반을 명문화한 행정 서류를 관련 기관에 추가로 제출하는 등의 절차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일련의 절차를 거쳐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협의체 심의 과정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앞서 2011년과 2016년에도 지도 반출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군사기지 등 보안 시설 정보가 담긴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에 두면 정보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허한 바 있다. 정부는 군사기지 등 민감·보안 시설 정보가 담긴 지도를 해외 서버로 반출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안보 시설 가림 처리, 좌표 노출 금지, 국내 서버 설립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구글은 올해 2월 9년 만에 한국 정부에 다시 지도 국외 반출을 요청했던 가운데, 이날 보류 결정이 내려진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최진무 경희대학교 지리학과/GIS 교수는 "아직 한미 통상 협상 관련 부분들이 매끄럽게 끝나지는 않은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 (협의체에서) 보류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만 해외 기업의 지도 반출 요청이 주기적으로 이뤄지며 논의가 반복되는 측면이 있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기존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 2일 '정밀지도 국외 반출을 둘러싼 갈등, 그 해법은?' 보고서를 통해 "측량성과 국외 반출을 둘러싼 갈등 해소를 위해 국외 반출 허가 기준을 법령에서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보안 시설을 포함한 국가 주요 시설의 블러(가림) 처리, 좌표 삭제, 국내 서버 구축, 사후 관리 대책 등 반복해서 논의된 주요 쟁점 사항을 공간정보관리법과 하위 법령에 허가 기준으로 마련하는 것"을 제언했다. 또 지도 반출 심의의 중요도를 고려해 협의체 구성원의 직위를 현재의 과장급에서 차관급으로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 2월 1대 5000 축척 지도의 해외 반출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지난 5월과 8월에 잇달아 결정을 유보하고 처리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이번에는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보충하는 서류 보완을 위한 기간은 60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구글은 현재 1대 2만5000 축척 지도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길 찾기, 내비게이션 기능 활성화 등을 내걸고 이보다 5배 더 세밀한 지도 반출을 요구하는 것이다.
구글 측은 협의체 심의 결과와 관련해 "구글은 수개월 동안 대한민국 정부와 지속적인 대화와 논의를 이어왔으며 한국과 전 세계 모든 이용자가 구글 지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구글이 보완 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하면 협의체 심의를 거쳐 지도 반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