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비즈니스 공식이 바뀌고 있다.
그 동안 라이선스 판매와 유지 보수를 통해 매출을 올렸던 기업용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최근 들어 '무료 SW'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핵심 성장 엔진인 라이선스 판매 대신 무료로 뿌린 뒤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는 것이 기본 골자. 일단 무료로 뿌린 뒤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개발툴 분야는 이미 공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운영체제(OS)와 함께 핵심 플랫폼으로 꼽히는 상용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DBMS: 이하 DB) 시장도 제한적이지만 무료 시대가 개막됐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경우 미들웨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로 '무료 카드'를 뽑아들었다. 거대 공룡 기업들에 맞서기 위해 과감하게 무료화 전략을 펼쳐든 신생 업체들도 있다. 'SW 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 조차 광고를 싣는 대신 SW를 공짜로 주는 사업 모델을 검토중이란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바야흐로 SW 산업의 경제학에 혁명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변화의 명분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쪽으로 외부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것. 무료SW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 DB '빅3'가 무료 제품을 선보인 이유
DB 시장의 최근 동향 중 눈에 띄는 것은 상용DB 업계 '빅3'인 오라클, MS, IBM이 비슷한 시점에 무료DB를 대거 선보였다는 것이다. '빅3'는 물론 유료 DB와의 차별화를 위해 무료 DB을 선보이면서 하드웨어 사용에 제약을 뒀다.
그러나 이 업체들이 라이선스 판매를 핵심 매출원으로 삼아왔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행보는 파격적이다. 그 동안 DB업계 경쟁 판도를 '그들만의 리그'로 만들며 시장을 과점했던 '빅3'가 아니던가? 이랬던 이들이 거의 동시에 '공짜' 슬로건을 외치고 있다는 것은 그럴 수 밖에 없는 변화에 내몰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빅3'를 변화로 이끈 장본인은 바로 오픈소스 DB다. 보급형 시장을 치고 올라오는 오픈소스 DB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마침내 '삼국지 체제'의 상용 DB 시장 판도를 뒤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레드몽크의 스테판 오그래디 애널리스트는 "상업용 SW업체들은 이미 오픈소스 제품들과 경쟁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현상은 DB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빅3'들은 무료 DB를 선보인 것은 개발자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개발자들은 비용 등을 이유로 오픈소스DB를 즐겨 사용해왔다. 결국 '빅3'가 내놓은 무료 DB는 개발자 시장에서 오픈소스DB를 격퇴, 후환을 없애려는 전략을 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오픈소스DB는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길래, '빅3'의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시장 조사 기관의 전망만 놓고 보면 '빅3'들이 긴장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포레스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오픈소스DB 시장은 지원과 서비스, 라이선스 매출을 합쳐 3억달러 규모에 달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2008년에는 1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기업들의 주요 업무에 사용되는 미션 크리티컬(mission critical) 애플리케이션의 20%가 오픈소스 DB기반으로 돌아갈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감안하면,'빅3'의 무료화 카드는 오픈소스DB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어적인 전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위력적인 방패로 부상할지는 좀더 두고봐야겠지만….
◆ 마지막 승부수로 선택하다
미들웨어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이미 업계 판도가 정해져 있다. 웬만한 변화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후발 업체가 정해진 판을 흔들기 위해서는 강력한 충격 요법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얘기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미들웨어를 오픈소스 형태로 무료 배포키로 결정한 것은 이같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썬은 지난해말 IBM, BEA시스템스가 평정한 미들웨어 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버 운영체제(OS) 솔라리스 소스코드를 개방하고 무료 제공하기로 한데 이어, 통합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자바 엔터프라이즈 시스템(JES), N1 관리 SW, 개발 툴까지도 무료로 배포하겠다고 선언한 것.
썬은 JES 등을 솔라리스와 마찬가지로 오픈소스 형태로 무료 제공하는 대신 기술 지원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레드햇 등 리눅스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과 유사한 방식이다.
썬의 SW 무료화 전략은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다. 기존 전략만으론 애플리케이션 서버 등 플랫폼 SW 시장에서 IBM, BEA 등과의 격차를 좁힐 수 없으니, 방법론 자체를 바꿔 사활건 도전에 나선 것이다.
인탤리오의 전략 수정도 주목할만 하다. 기업용SW업체 인텔리오는 최근 오픈소스SW 중심으로 전략을 바꿨다.
고객들에게 돈을 받고 SW를 판매하는게 아니라, 기술 지원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게 핵심이다. 이에 대해 C넷은 인탤리오의 전략 수정은 빠르게 통합되는 시장에서 신생 업체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 무료SW, 대세론이 되다
무료SW가 이미 대세론으로 자리잡은 곳도 있다. 개발툴 시장이 대표적이다. 개발툴 분야에선 오픈소스 기반 개발툴 프로젝트인 '이클립스'의 위력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클립스'는 IBM이 지난 2001년 설립한 오픈소스SW 단체로 자바 기반 개발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다. 지금은 IBM으로부터 독립했으며, 국내서도 적지 않은 자바 개발자들이 '이클립스'를 사용하고 있다.
IBM, BEA시스템스, 볼랜드 등 유명 플랫폼SW 업체들도 대거 '이클립스' 지지를 선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DB와 함께 사용되는 개발툴 가격은 '제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애널리스트들도 '이클립스' 때문에 기본적인 개발 환경을 갖고 돈을 받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썬은 지난해 개발자 네트워크에 연간 가입하는 프로그래머들에게 개발툴품을 무료 배포하겠다고 선언했다. 개발툴의 대명사격인 볼랜드 소프트웨어도 이같은 흐름에 맞춰, 라이프 사이클 툴 스위트로 사업의 중심을 옮겼다. 테스팅, 모델링, 코딩 시장을 한꺼번에 잡겠다는 얘기다.
'이클립스'는 자바 개발툴로만 쓰인다. 그 자체만으로는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쓰이는 J2EE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는 없다. 그럴려면 플러그인 솔루션이 필요하다.
이에 '이클립스'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이클립스' 기반으로 플러그인을 결합, 상용 개발툴을 판매하는 사업 방식을 취하고 있다. IBM이 대표적이다. BEA시스템스도 IBM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DC는 지난해 2006년 IT시장을 전망하면서 오픈소스가 변화의 엔진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지금 상황은 IDC의 전망 그대로다. 앞서 밝힌 업체들의 변화는 직간접적으로 오픈소스와 연결돼 있다. 오픈소스가 SW산업 경제학을 뒤흔드는 강력한 엔진으로 떠오른 것이다.
오픈소스발 변화의 폭은 얼마나 될까. 아직은 '예측불허'인 오프소스의 파괴력에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이다.
/황치규기자 de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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