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 현안을 둘러싸고 존재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기대와 달리 주춤하는 반면, 이 원장은 특유의 과감한 행보로 영향력을 드러내 관심을 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최근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금융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며 "은행 자율성 측면에서 개입을 적게 했지만, 앞으로는 부동산 상황에 비춰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이라는 손쉬운 방식으로 제 배만 불린 은행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것이다. 은행들이 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가계부채 관리에 나서자,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한다. 금융권은 감독 당국이 금리 추세와 관련해 이렇게 적극 관여한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사고가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이복현 원장의 발언 수위가 굉장히 세다"며 "이번에 언급한 금리 관리도 사실 금감원의 역할은 아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할 김 위원장보다 시장에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평가다.
앞서 김병환 위원장은 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건 은행의 자율 권한이라고 봤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자료에서 "금융회사의 대출 금리는 국내외 기준금리, 조달 여건, 자금 수요 등을 고려해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원장이 김 위원장보다 앞서 가계부채를 억죄는 모양새가 됐다. 특히 '가계대출 소방수'로 등장한 김 위원장이 내놓은 대책은 대체로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만 적용하는 핀셋 규제라는 점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특성상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내정 당시만 하더라도 추진력이 강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움직임이 큰 이 원장보다도 충분히 시장을 더 장악할 거라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취임 초기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기대보다 명확한 방향성으로 끌고 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추가 조치 카드로 내놓은 가계대출 대책도 예전부터 거론된 방안들이다.
은행들이 최근 한 달간 단순히 대출 금리를 수십 차례 올린 것도, 금융당국이 마땅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은행만 압박만 하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원장은 금융 감독 업무에서도 연일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 원장은 전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에 대해 "법상 할 수 있는 권한에서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와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신뢰를 전제로 우리금융, 우리은행을 보기보다는 숨길 수 있다는 전제하에 검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금감원은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경영진이 손태승 전 지주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과 관련해 배임 정황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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