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하락을 이어가던 서울 아파트 매매값이 16주 만에 보합세로 전환됐다. 전세가율이 상승하고 매수심리가 살아나는 등 집값 반등 신호가 나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아직 집값이 바닥을 쳤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여건이라는 의견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셋째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보합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27일 이후 16주 연속 하락하던 흐름이 끊긴 것이다.
25개 자치구 중 10곳에서 집값이 올랐고 7곳은 보합, 8곳은 하락했다. 이전 주간엔 집값 상승 자치구가 5곳에 불과했지만 한 주 만에 두 배 많은 곳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동작구가 0.05% 올라 가장 상승폭이 컸고 송파구가 0.04%, 강동구가 0.02% 올랐다.
지난해부터 서울 전셋값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동안 매맷값이 지지부진하면서 일각에서는 전셋값이 매맷값을 밀어올린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일반적으로 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인 전세가율은 일정 수치까지 상승하면 매매가격이 오르고 전세가율은 하락한다. 전세에 머물던 수요자들이 높아진 전셋값을 감당하느니 내집마련에 나서는 행태가 되풀이돼 온 경험에 근거한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4.2로 지난해 1월(54.7)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7월 52.7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7개월 연속 상승했다. 종로와 중랑구가 62.2로 가장 높았고 구로구(61.6), 중구(61.1), 강북구(60.8) 순으로 높았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가 83.8에서 87까지 치솟은 영향이다. 전세가격지수는 2021년 6월을 기준(100)으로 두고 등락을 수치화한 지수다. 2022년 9월 102.1에서 지난해 4월 83.5까지 급락한 지수는 이후 일부 회복했다.
살아난 매수심리도 집값 바닥론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셋째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6으로 지난달 5일 이후 6주 연속 상승했다. 지수는 0부터 200까지 수요자의 매수 심리를 수치화해 0에 가까우면 매도자가 더 많고, 200에 가까우면 그 반대다. 여전히 기준인 100에는 못 미치지만 매수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고 공사비와 토지가격 상승으로 집값 하락 가능성이 낮아졌다"면서 "현재 매수인과 매도인의 희망가격 차이가 벌지면서 매물이 쌓인 점도 가격 상승 신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러 긍정적인 신호에도 전문가들은 하락 추세가 일시적으로 멈춘 것이지 본격 반등 국면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전세가율이 올랐지만 집값을 밀어올릴 수준은 아니고 여전히 금리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전세가율은 이전에 비하면 낮은 수준으로 매맷값을 끌어올리는 수준까지는 안 된다"면서 "현재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전까지 쌓인 매물을 차례로 소화하면서 바닥을 다지는 단계"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고금리로 오른 대출 이자가 떨어지지 않고 과거 집값이 오른 지역은 여전히 주택구매 시 취득세 등 소요되는 비용이 크다"면서 "서울은 상당 기간 바닥을 다지고 있지만 지역마다 집값이 천차만별인 만큼 부동산 가격 흐름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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