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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겐 '암', 관료에겐 '천국'"…'규제 혁신' 외친 경제계, 저성장 극복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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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규제 혁신 토론회' 개최…손경식 "노동·환경·경영규제, 자유로운 기업활동 막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고물가·고금리로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 저성장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규제혁신으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경제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사진=경총]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사진=경총]

손경식 회장은 4일 '저성장시대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규제혁신 토론회'에 참석해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많다"며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징벌적 상속세제, 과도한 경제형벌 규정 등 각종 노동·환경·경영규제가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막고,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강한 규제혁신 의지를 가지고 혁신과 성장의 동반자가 되어달라"며 "국회에서 규제입법이 너무 쉽게 만들어지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본권과 기업활동을 제약하지 않는지 사전에 검토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규제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규제혁신이 기업에게만 유리한 것이 아니라 내수 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모든 국민에게 고른 혜택이 돌아간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 나선 강영철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지난 25년간 규제개혁이 한국의 규제 현실을 바꾸지 못한 근본 원인을 두고 '관료 중심 규제 카르텔'과 '국회의 무능'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근원적 규제개혁을 위해 △관료가 아닌 민간 주도 규제개혁 △규제개혁위원회에 규제개선 명령권 및 조정권 부여 △의원입법안에 대한 규제영향분석 의무화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현장을 모른 채 관료들이 책상에 앉아 만들어 내는 규제는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불필요하다"며 "하지만 기업의 규제 준수 비용을 높이고 생산성·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어 민간 주도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는 기업에게는 '악성종양'이지만, 관료에게는 '천국'"이라며 "규제로 인한 조직, 인력, 예산의 확보, 퇴임 후 취업할 수 있는 회전문 마련 같은 행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규제개혁위원회를 독립적 위원회로 둬 각 부처의 규제개혁을 지휘할 수 있는 규제개선 명령권·조정권을 부여함으로써 강력한 조정 기능을 갖도록 해야 규제 카르텔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OECD가 2017년에 국회의 입법권 남용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국회는 6년이 지나도록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 입법과정에서 규제영향분석을 의무화하고, 이를 실시하지 않는 법안에는 일몰규정을 반드시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산업 규제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방문해 '반도체산업 규제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수요자 관점의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우리 스타트업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고, 해외 스타트업은 국내에서 사업을 원활히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유니콘의 국내에서 사업 가능성을 조사한 결과 2017년에 56개사가 온전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었는데, 2022년 조사에서도 55개사로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승차공유, 원격의료, 공유숙박 등은 여전히 국내에서 온전한 사업이 어려운 상태로 정부가 다양한 스타트업 규제혁신제도를 추진했으나 실효성이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최 대표는 "현재 규제는 대부분 과거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던 시기에 만들어져 최근 급변하는 디지털 기반 세계경제 체제에 대응하기 힘들다"며 "디지털 산업은 스타트업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과감한 규제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나라는 리걸테크, 기후테크, 원격의료 등 많은 분야에서 지역간 갈등이 심하고 규제혁신이 지지부진한 반면, 해외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우리나라도 규제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좌장인 김성준 경북대 교수가 진행한 종합토론에서는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장, 김주홍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전무,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가 참여해 우리나라 규제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양 교수는 "한국 경제 성장률 하락의 주요 원인은 생산성 증가율 둔화에 기인한다"며 "규제혁신을 위해서는 산업 보호 정책이 아니라 경쟁이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규제혁신을 위한 갈등 관리 강화, 규제샌드박스 정비 등 규제 장벽을 제거해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혁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원 실장은 "규제개혁은 이해관계자 갈등 해소와 합리적 규제 대안 마련이 중요하며, 규제개혁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며 "규제개혁은 돈이 안 든다고 생각하지만, 효과적인 규제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 예산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무는 "최근 정부가 킬러규제를 개선하는 등 그간 미진했던 규제들이 개선되고 있으나, 산업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은 아직도 각종 규제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며 "새로운 규제가 도입될 때 경제·사회적 효과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 중복 규제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 전무는 "최근 조선업은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친환경·스마트선박 중심의 수주 증가로 재도약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며 "조선업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 인력 분야의 애로사항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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