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본격적인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에 들어간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성과급 인상과 함께 정년 연장 요구안을 관철시킨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뤘지만, 올해는 성과급과 정년 연장 등 핵심 쟁점에서 쉽지 않은 협상이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임시 대의원회를 열어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노조의 요구안에는 ▲기본급 18만4천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최대 800%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현대차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만큼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가 요구안 확정에 앞서 발표한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관련 설문조사(조합원 5천564명 대상) 자료에 따르면 안건의 우선순위를 정해달라는 질문(3가지 이하 복수 응답 가능)에 조합원의 54%(2천994명)가 '상여금 800% 요구'를 선택했다. 이어 '성과금 지급 기준 수립(2천551명)', '각종 수당 현실화(2천268명)', '정년 연장(2천25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올해 임금 인상 요구액은 '시장 현황과 회사 실적을 반영한 금액'을 선택한 비율이 57.2%를 기록했다. '금속노조 지침을 준수한 18만4천900원'을 선택한 비율은 29.1%로 나타났다.
올해는 특히 노조가 제시하는 정년 연장안이 임단협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 만 60세인 정년을 만 64세까지 연장해달라는 내용을 이번 요구안에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정년 연장을 꾸준히 제안해 왔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의 다른 요구안은 수용하더라도 정년 연장에 대해선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생산 시스템 자체가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전기차는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에 비해 부품수가 줄어들면서 그에 필요한 생산 인력도 적다. 업계에선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 대비 필수 생산 인력이 30% 이상 적다고 보고 있다. 이미 폭스바겐, GM, 포드, 다임러, BMW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전환을 맞아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인건비를 낮춘 바 있다.
현대차도 인원 등 생산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지만 현대차는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구조조정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다. 전 세계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비용을 줄이면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 현대차 입장에선 정년 연장에 따른 인건비 상승은 부담이 크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일본의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수출 우대국) 제외 조치에 따른 한일 경제 갈등 상황 등을 고려해 무분규 협상 타결을 이뤘다.
다만,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도 정년 연장안을 고수하며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 생산직 노조원 중 50대 이상 인력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간부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올해 단체교섭에서 가장 시급하게 제도 개선해야 할 의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6.9%가 '정년 연장'을 꼽았을 정도다. 특히 올해 말 노조 집행부 선거도 앞두고 있어 노조 내부의 정년 연장 요구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이번에 확정한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고, 약 2주간 사측의 검토기간을 거친 뒤 다음 달 중순께 사측과 첫 상견례를 진행하며 본격적인 임단협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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