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 명품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고 있다. 리셀 재테크족까지 줄었다는 진단 속에 코로나19 시기 반짝 성장한 명품 플랫폼 업계 역시 위기를 맞는 모양새다. 적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이용자는 줄어드는 데다 핵심 임직원의 줄퇴사, 투자 유치 실패 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의 추정치에 따르면 명품 플랫폼 3사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의 이용자 수가 줄고 있다. 지난해 1~2월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트렌비 72만명, 발란 58만명, 머스트잇 29만명 순이었는데, 올해 1~2월 평균 MAU는 각각 35만명, 36만명, 18만명 정도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명품 구매처가 다변화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1번가와 롯데온, SSG닷컴 등 이커머스 업계가 명품 카테고리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상품 단가가 높고 마진율이 높아 거래액과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는 탓이다.
가품 논란도 명품 플랫폼의 신뢰도 하락과 미비한 서비스 체계도 영향을 끼쳤다. 명품 플랫폼 3사는 일제히 정품 검수를 강화하고 있지만 다른 소비처로 돌아선 소비자를 다시 끌어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케팅에 투자할 여력도 없다.
상황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조용한 분위기에서도 감지된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거래액을 앞다퉈 공개하던 업계가 올해는 거래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3사 중 유일하게 발란이 지난해 거래액을 공개하고 연내 흑자 전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발란은 6천8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발란의 거래액은 2019년 257억원에서 2020년 533억원, 2021년 3천150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27%다. 적자는 2020년 64억원에서 2021년 186억원으로 늘었지만 지난해에는 적자폭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발란은 다음 달 중 경영 실적을 공개 예정이다.
머스트잇과 트렌비는 지난해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머스트잇은 2021년 전년 대비 40.3% 증가한 3천527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고, 트렌비는 3배 가까이 증가한 3천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업계는 머스트잇과 트렌비의 지난해 거래액이 3천억원 중후반대로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 것으로 예측한다.
2020년 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머스트잇은 2021년 1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고 트렌비는 2020년 102억원에서 2021년 330억원으로 손실액이 커졌다.
트렌비는 핵심 조직 임직원들이 연이어 퇴사하면서 내부 분위기도 좋지 않다. 홍보를 비롯해 HR 담당 인력이 최근 줄줄이 회사를 그만둔 데 이어 핵심 조직인 마케팅을 총괄하는 CMO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유치가 명품 플랫폼의 회생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벤처·스타트업 투자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어서다.
트렌비와 머스트잇은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을 인상하고, 발란은 광고비와 할인쿠폰 규모를 축소하며 올해 적자폭을 줄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 속에 명품플랫폼뿐 아니라 백화점이나 이커머스 모두 명품 소비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만 명품플랫폼은 투자 유치가 관건인데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벤처캐피탈(VC)들이 투자 자체를 꺼려하고 예전에는 선투자 후 수익을 내도록 하는 방향이었다면 요즘엔 우선 수익부터 내라고 해 투자 유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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