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백화점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3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이 같은 상승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보복 소비 영향으로 명품이 매출액 증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올해에는 명품 수요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는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도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매출 3조2천3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4천980억으로 42.9% 증가했다. 백화점 매출액이 3조원을 넘은 것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매출 2조4천869억원, 영업이익 5천1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16.4%, 38.5% 증가한 수치다.
현대백화점도 매출 2조2천896억원, 영업이익 3천788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8.9%, 24.3% 성장했다.
백화점 업계가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데에는 명품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 소비자들이 명품을 중심으로 패션·가전 등 고가 상품에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가격 인상에도 백화점 오픈 전부터 줄을 서는 광경도 자주 펼쳐졌다.
이처럼 백화점 매출에 명품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지만 업계는 올해 명품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명품 구입처 다양화,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심리 주춤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우선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고객들이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국내 백화점을 찾았다. 명품 구입처가 국내 백화점에 한정되어 있던 셈이다. 하지만 해외여행수요가 회복하면서 명품 구입처가 늘고 있다.
최근 미국 괌에 다녀온 박 모(30) 씨는 "요즘 환율이 올라서 관세를 납부하면 한국 백화점에서 사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브랜드도 있다"며 "국내 백화점에선 300만원 중반인 가방을 괌에서 구매하고 관세까지 다 냈는데 한국보다 70만원 정도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 한국 소비자의 명품 사랑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과 중국 등에 물량을 집중한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다른 국가들로 분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 업계의 잦은 가격 인상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올해 초부터 롤렉스, 예거 르쿨트르, 에르메스, 불가리, 부쉐론 등이 가격을 인상했다.
이미 지난해 4분기부터 명품 수요가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매출이 6천686억원, 영업이익이 1천4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 6.9% 늘었다.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5.6%, 59.1% 급증했던 것에 비하면 미약한 성장세다. 특히 명품 부문 매출 신장률은 9%에 그쳤다. 2021년 4분기 41%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4분기 매출이 8천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천770억원으로 13.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9.9% 감소한 945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 백화점들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지만 올해에는 적자만 기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라며 "해외 사업 확대, 쇼핑 콘텐츠 강화 등으로 내실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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