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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美 정부 몽니에 韓 반도체 '몸살'…"10년 후 탈중국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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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반도체법 가드레일 세부 조항에 삼성·SK '예의주시'…中 생산 5% 이상 못 늘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 정부가 자국 내 반도체 시설을 지어 보조금을 받을 경우 향후 10년간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의 확장을 금지하는 소위 '가드레일(안전장치)' 조건에 대한 세부 규정을 발표했다. 현재의 5%까지 시설 확장을 허용하면서 '전면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기술노출 및 경영개입 우려가 있는 보조금 수혜 조건들은 여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이 보조금 신청을 망설이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2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 세부 조항을 공개했다. 보조금 수혜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반도체 생산시설의 '의미 있는 확장'을 금지하는 골자는 변하지 않았으나 ▲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일 경우 현재 시설의 5%까지 ▲레거시(보급형) 반도체 시설은 현재의 10%까지 확장이 가능하다는 조건을 내걸어 약간의 숨통은 트였다.

특히 반도체 생산 첨단 설비의 반입 규제가 제외됐다는 점에서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반도체 대중 수출통제를 하면서 중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에 미국산 첨단 반도체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바 있다. 또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중국에 유입되지 않도록 조치했다. 국내 기업들은 이와 관련해 일단 1년 유예 조치를 받은 상태로, 올해도 유예를 받을지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만일 가드레일 세부지침에서도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내 반입을 추가적으로 제한했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이중 규제'에 시달렸을 것"이라며 "미국이 기술적인 것이 아닌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만 일단 규정했다는 점에서 일단 한숨은 돌린 듯 하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시설 확대가 10년간 5%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업 활동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서 생산 중인 제품은 첨단 반도체에 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미국 투자의 대가로 미 정부에서 1억5천만 달러 이상 보조금을 받게 되면 이 조항의 적용을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드레일 세부 조항은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선폭(회로 폭) 18㎚(나노미터·1㎚) 미만 D램 등 첨단 공정에 대한 규제가 더 강하다"며 "웨이퍼 투입량을 규제한다는 것은 공장 생산능력 확대, 즉 증설을 막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신규 투자를 금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사진=SK하이닉스 ]

이에 미국 상무부가 최근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39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 신청 접수를 시작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조금 신청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미국에서 반도체 시설에 투자해 보조금을 받으면 미국 정부에 기업 재정 여력과 현금 흐름, 고용계획 등 내부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예상했던 사업 이익을 초과할 경우 미국 정부와 초과분 일부를 공유해야 한다는 점도 아직 부담되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0월 국내 기업들이 중국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와 관련해 1년 유예 조치를 받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일단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가드레일 세부 조항이 발표된 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정부의 발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게 되면 국내 기업들이 중장기적으로 중국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내 반도체사업을 당장 금지하거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막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진 않았지만, 향후 '탈중국'에 대한 압박이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일단 10년간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사업을 정리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최근 300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하고, SK하이닉스 역시 생산 거점 다변화에 나서는 것은 '탈중국'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여진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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