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민영화된 후 KT의 경쟁력은 높아졌다. AT&T, 브리티시텔레콤(BT) 등 유선전화 회사들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KT는 소폭이나마 매출이 늘었다.
이는 자율적인 책임경영에 근거해 전화사업 비중을 줄이고 초고속인터넷, 비즈메카 등 신규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KT 완전민영화 이후 당초 취지대로 타 통신회사들의 경쟁력도 좋아지고, 국민의 후생도 증가했는가. 이 부분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KT와 당시 민영화를 주도했던 공무원들은 "KT가 민영화돼 경쟁이 활성화되면 지배적사업자인 KT의 경쟁력이 강화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후발 사업자의 경쟁력도 좋아지고, 이로써 국민의 후생도 증가한다"고 봤다.
하지만 다른 민간 통신회사들과 일부 국회의원은 "시내망분리 없는 KT 완전민영화는 정부독점에서 민간독점으로 옮겨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KT 민영화 이후 정책성과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한 만큼 합리적인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곳곳에서 평가는 진행중..화두는 달라
KT는 오는 8월 19일로 다가온 민영화 1기 사장(이용경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사장 선임 과정에서 민영화 이후의 공과를 평가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도 민영화 정책 평가를 통해 장기적인 통신규제정책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며, 국회도 10월 정기국회에서 민영화된 KT의 공익성 의무 이행 여부를 따질 예정이다.
KT의 한 임원은 "누가 사장이 되더라도 민영화 이후 경영상의 공과를 평가하고 전 산업의 IT(정보기술)화 추세속에서 KT가 어떤 신성장 사업을 전략적으로 추진할 지, 어떻게 사업을 다각화할 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KT와 KTF간 합병 시기와 전략 같은 그룹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KT가 진행 중인 평가가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게 목적이라면, 정통부는 민영화 전후의 통신정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정통부가 용역을 의뢰한 KISDI는 KT 민영화 논의가 진행됐던 당시에도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바 있다는 것.
당시 KISDI는 "경쟁제한적 요소를 없애려면 '잠금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ISDI는 KT 민영화 정책에 대한 공과를 3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어떻게 평가할까.
KISDI는 통신사업자들이 통신서비스뿐 아니라 콘텐츠, 미디어, 단말기, 시스템통합(SI) 등 다양한 IT업종으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IT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보고 연구하고 있다.
IT 산업의 선순환적인 발전을 위해 계층구조별로 어떤 정책적 주안점을 갖고 규제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지 연구하고 있는 것. 따라서 양쪽의 연구결과가 같은 방향성 속에서 도출될 지도 관심사다.
김낙순, 변재일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의원들도 민영화된 KT에 관심이 많다.
김낙순 의원은 지난 4월 임시국회때 KT민영화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변재일 의원은 민영화 과정에서 KT에 부과된 '농어촌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 의무'를 KT가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10월 정기국회에서 점검할 예정이다.
◆국유화는 안돼도 전환우선주 도입과 법개정 주장은 제기
KT 완전민영화 정책이 졸속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은 KT가 진정 신뢰에 기반한 성장을 하려면 ▲ 지금이라도 KT 정관을 개정해 '전환우선주제도' 를 도입해야 하며 ▲ 전기통신사업법이나 전기통신기본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 필수설비제공사업자(또는 시장지배적사업자)에 대한 설비투자 의무를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환우선주란 보통주로 전환이 가능한 우선주. 정관에 규정될 경우 이사회 결의로 발행해 우호적인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는데, KT 이사회가 결의해 정부에 1주라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영화된 KT의 설비투자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것은 국회에서 일고 있는 움직임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국회의원은 "민영화 이전처럼 정부가 KT에 설비투자를 강제하기 힘들다. 돈 안되는 유선전화 분야 투자를 줄여 '2.28 전화 사고' 같은게 터지지 않으려면 법으로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가지 방법 모두 치뤄야할 비용 대비 효과가 있을까는 논란이다.
민영화 당시 정부가 '전환우선주' 도입을 검토했던 것은 SK텔레콤 등 일부 사업자에 KT 경영권이 좌지우지될 까 염려했기 때문이며, 민영KT의 정관을 바꾸는 일은 정부가 결정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IT기술을 감안했을 때 정부가 효율적으로 KT 등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를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KT-KTF간 합병, 완전민영화 이후 정책과제
KT가 민간경쟁체제로 바뀐 뒤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생각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슈가 바로 KT와 KTF간 합병문제다.
KT 완전민영화에 문제를 제기하는 쪽도, 혁신을 통한 민영KT의 경쟁력 향상을 생각하는 쪽도 KT와 KTF간 합병은 시기의 문제이지 예정된 수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KT 완전민영화 때에는 시내전화망을 분리하지 않았지만, KTF와 합병작업이 공식화되면 시내전화망을 분리하고 부동산(전화국) 등 민영화되기 전 자산이 제대로 평가받았는지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현시점에서 합병은 시장상황이나 규제상황 등을 감안할 때 적절치 않다"고 말하지만, 유선 시장 침체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기회를 만들려면 합병이 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양사간 합병 작업은 2005년 8월 KT 사장 선임 이후 2006년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정부의 통신시장 정책이 2강 구도로 정해지지 않아 KT가 KTF를 당장 합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더라도 KT와 KTF간 합병 논의는 지속적이고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KT와 KTF를 합치면 국내 전체 IT 산업의 50%를 차지한다. 정부의 장기적이고 일관된 통신산업 발전에 대한 '철학'이 요구되는 시점인 것이다.
◆혁신은 지속되고 정책 논의는 활발해야
이용경 민영 KT 초대사장은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가 있는게 아니라 변하고자 하는 회사, 변화하지 않는 회사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2010년 KT가 2010의 비전처럼 그룹사 매출 17조684억원(KT 본체 11조8천508억원)의 회사가 돼도, 혁신은 멈출수 없다는 말이다.
통신업계의 한 전문가는 "국민의정부 시절, 어찌보면 졸속으로 추진됐던 KT 민영화 과정과 통신산업에 미친 결과를 이제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평가해야 한다. 지금 민영화를 겪고 있는 KT에 함부로 칼을 들이대면 차라리 안 대는 것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윤휘종 기자 yhj@inews24.com/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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