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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민영화 3년 진단 - 2] 민영화 평가 '극과 극'...시내망 독점이 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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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KT 업무보고서에 '정보통신부를 하늘같이 섬기겠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임원인사는 정통부 책상에서 이뤄졌고, 민영화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공기업민영화추진위원회에 참석한 공정위조차 KT 정부지분 매각과정에서 반경쟁적인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했습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시내전화망을 분리하지 않고 KT를 완전 민영화한 것은 정부가 통신시장 공정경쟁을 포기한 게 아닌가요."

KT 완전민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극'이다.

전자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KT의 장기과제로 '추가 규제보다는 지속적인 혁신'을, 후자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정통부가 이제라도 필수설비사업자인 KT를 제대로 규제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KT를 완전민영화한 것은 '세계와의 약속' 때문이었지만, 완전 민영화 이후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이 좋아졌는지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그리고 이 논쟁의 중심에는 '민영화된 KT가 공공재 성격의 시내전화망을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이 배경에 깔려 있다.

◆ "전문경영인체제, 성공적" 평가

2002년 5월 정부가 KT를 완전민영화하면서 정책목표로 내세웠던 것 중 하나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켜 KT를 세계 최고의 통신사업자로 키우자는 것이었다.

민영화 이전에는 주주인 정부가 KT를 규제하면서 심판자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 호남과 영남간 지역안배, 퇴임공무원 일자리 주기, 정치권 인사 청탁 같은 정부 개입은 눈에 띄게 줄었다.

오는 8월 19일 이용경 사장 임기만료를 앞두고 KT 내부에서는 2기 민영화 사장 선임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청와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민영화된 KT 사장 자리를 놓고 누가 함부로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있겠나." 변재일 의원의 말이다.

"초기 이사회 구성때 정부 개입은 없었다. 유한킴벌리 사장 등 민영화 초기의 이사들을 만나본 적 없다"는 게 당시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민영화 1기 때 KT 경영진중 단 한 사람의 외부인사도 영입하지 않은 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KT 사장을 하던 이상철씨가 정통부 장관으로, KTF 사장을 하던 이용경씨가 KT사장으로, KT 기조실장이던 이경준씨가 KTF 사장으로, 다시 KT 재무실장이던 남중수씨가 KTF 사장으로 간 것을 어떻게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는 말이다.

그렇지만 KT는 민영화이후 증권거래소, 골드만삭스, 크레디리오네(CLSA)은행과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 등에서 최고의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사장과 이사회 의장의 겸직을 금하고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점, 소액주주의 권한보호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도입하고, 경영진에게는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지급되도록 한 게 이유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은 지금처럼 KT가 경영권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을 때 엄청난 혼란을 줄 수 있다. 상임이사 4명이 현직 사장 임기만료(2005년 8월 19일)를 앞두고 언제 임시주총을 열어야 하는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KT 정관중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 구성조항

KT 정관 제34조(사장추천위원회) 사장후보를 추천하기 위하여 다음과같이 구성한다(단 위원과 사장후보는 겸임할수 없다). 1. 사외이사중에 추첨으로 선임한 사외이사 3인2. 전현직 사장중 이사회에서 선정하는 1인3. 사장과 상임이사가 제외된 이사회가 위촉하는 민간위원 1인(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전기통신사업자의 임직원과 최근 2년 이내에 임직원이었던자 및 그외 공정거래법에서 정하는 특수관계인의 범위에 해당하는 자, 회사의 임직원 및 공무원은 제외)

"벌써부터 이사회에서 상임이사들 간에 드러내놓고 의견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1기 사장과 2기 사장간에 업무 공백 없이 제대로 경영이 유지될 수 있을 지 걱정입니다." KT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활동중인 KT 상임이사는 이용경 사장, 김우식 마케팅본부장, 이상훈 비즈니스마켓본부장, 서정수 기획조정실장 등 4명이다.

사외이사는 박성득 전자신문 사장, 곽태선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 대표, 솔로몬 메트라이프코리아 사장, 김종상 세일회계법인 대표,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김도환 세종대 교수, 윤정로 KAIST 교수, 김건식 서울대 교수 등 8명이다.

이들 사외이사들은 4명의 상임이사도 참여하는 정기이사회에서 임시주총 일정 등을 정한뒤, 따로모여 사장추천위원회(사외이사 3인, 전현직 사장중 1인, 민간위원 1인) 위원을 선임하게 된다.

하지만 이같은 혼란은 재벌식의 경영권 승계(?) 방식을 극복하는, 그래서 신뢰에 기반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KT의 투명한 지배구조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 시내망 독점에 따른 유효경쟁 정책 관심 가져야

지난 2000년 10월 정보통신부 국정감사장. 당시 곽치영 의원이 "KT직원들에게 스토킹당하고 있다"고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곽 의원은 16대 국회에서 활동하기 전 데이콤 사장을 지낸 바 있다.

그는 "'한국통신 분할론 급속'이란 제하의 모 일간지에 망(網)구축사업을 분리하는 분사가 (한국통신의) 구조적 해결책이라는 코멘트 보도가 나간뒤 집중적으로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별다른 조치 없이 잠잠해졌으나, 당시 KT 민영화를 앞두고 '시내망을 분리하고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 강력하게 제기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이 낸 설비비와 요금으로 만들어진 게 시내전화망인 만큼 그대로 민영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1998년 정통부의 용역을 받아 부즈알렌헤밀턴이 만든 보고서에서도 "시내전화망을 분리해야 KT 민영화시 한 기업에 절대적인 독점력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주장에는,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세상으로 갈수록 네트워크 백본으로써 시내전화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현실이 밑바탕에 있다.

하지만 당시 정부는 시내망을 분리하지 않고 KT를 완전민영화했다. "당시 시내망 분리를 주장했던 세력들은 KT를 허수아비로 만들자는 말이었다. 유선전화 시장의 침체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시내망 분리는 KT를 망하게 하자는 말이다." 당시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시내전화망을 독점한 민간 네트워크 사업자의 출현은 국내 민간 통신서비스 시장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후발유선통신사업자의 몰락은 물론이고 2005년 현재까지 "KT PCS 재판매 조직을 분리해야 한다", "KT를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등 수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통부가 요금인가제, 접속료율결정, 가입자선로개방(LLU) 등 민영화 직전 시장에 약속했던 일들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T 완전민영화이후 KT가 통신위원회로부터 LLU 문제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 2003년 20억원 단 한차례 뿐이고, 2002년부터 후발유선통신 사업자들이 정부에 "KT가 독점하고 있는 LM 시장을 개방해달라"고 요구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정통부는 고민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통부는 지난 해 통신사업자간 공정경쟁을 해치는 경우도 통신사업 금지행위로 규정한다는 유효경쟁 로드맵을 밝혔지만, 현실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타 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전기통신설비의 유지 보수 지연, 거부 등의 행위를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로 신설해도 실제로 후발사업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기는 힘든 구조이기 때문이다.

후발통신업계 한 임원은 "유선통신시장에서 힘의 균형이 깨져있고 해당 서비스의 원가조차 파악하기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공정한 게임의 룰을 KT에 요구할 수 있겠냐"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졸속으로 진행된 KT 민영화 과정을 평가하고 원칙과 철학을 갖고 유효경쟁정책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매출과 주가는 방어 성공, 에비따 마진은 감소

민영화된 KT에서 경영진들은 경영성과에 따라 평가받게 된다. 2002년 5월 이후 KT의 주식가치와 매출, 에비따(EBITDA)마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KT에 따르면 민영화 이후 주식가치는 떨어졌지만, 통신업계의 주식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상황을 감안하면 KT는 가장 선방했으며 매출액 역시 SK텔레콤, 데이콤 등 주요통신사업자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KT의 경우 이용경 사장 취임 당시인 2002년 8월 4만8천881원했던 주식이 2005년 3월 4만1천30원을 기록해 16.1% 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친 반면, SK텔레콤은 22만6천238원(2002년 8월)에서 17만8천773원(2005년 3월)으로 20.1%포인트 하락했다.

매출 역시 KT는 2003년 11조5천750억원(2003년)에서 11조8천510억원(2004년)으로 2.4%포인트 늘어났지만, SK텔레콤은 9조5천200억원(2003년)에서 9조7천40억원(2004년)으로 1.9%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KT관계자는 "전세계적인 유선전화 시장 침체속에서 AT&T가 대규모 폭락사태를 경험한 데 반해, KT는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소폭이나마 성장하고 있다"며 "이는 DT를 제외한 AT&T, BT 등 대부분의 통신사업자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는 데 비하면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통신사업자 매출 성장률 비교(국내는 십억원, 해외는 $mn이 기준)

구분 2003년 2004년 비교
KT 11,575 11,851 2.4%
SK텔레콤 9,520 9,704 1.9%
데이콤 1,002 1,068 6.6%
NTT 101,875 103,483 1.58%
FT 59,814 61,158 2.3%
AT&T 34,529 30,503 △11.7%
BT 35,372 34,979 △1.1%
DT 72,369 75,091 3.8%
벨 캐나다 18,737 19,193 2.4%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업의 수익성 지표를 뜻하는 KT의 에비따(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 마진이 줄고 있는 것은 경영상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2004년 1분기KT의 에비따 마진은 43.3%였지만 4분기에는 31.9%로 떨어졌고, 2005년 1분기에도 38.3%를 기록하는 등 연내 가이던스를 37%로 조정한 바 있다.

지난 해 2분기 이후 에비따 마진이 40%이하로 떨어진 것은 하나로텔레콤도 마찬가지지만, 2003년 이미 에비따마진율 47.9%를 기록한 바 있는 SK텔레콤에 비하면 한참 수익성에서 뒤떨어진다는 사실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KT와 국내 통신사 주가 방어률 비교

구분 종합지수 통신업지수 KT SK텔레콤 데이콤
2005년 3월 988.23 285.02 41,030원 178,773원 7,735원
2002년 8월 713.23 387.66 48,881원 226,238원 16,774원
비교 38.6% △26.5% △16.1% △20.1% △53.9%

민영화된 KT의 최대 고민은 2003년과 2004년이 아니라, 2005년과 2006년이라는 지적도 있다.

KT의 한 전직 임원은 "KT가 수익과 주주 위주로 경영하면서 장기적 안목의 투자를 도외시해 앞으로의 2~3년이 KT에는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에 대해 KT 현직 임원은 "KT의 신성장엔진은 1~2년안에 나오지는 않을 것이고, 국내외 주주들에게 신성장엔진이 나타나 투자를 본격화할 시점이 오면 배당폭을 줄이겠다고 설득한 만큼 크게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윤휘종기자 yhj@inews24.com,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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