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국내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큰손 투자자가 최근 6년간 28%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26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에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큰손 투자자는 164곳으로, 2016년 227곳보다 2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이들이 5% 이상 투자한 국내 상장사 수도 322곳에서 246곳으로 줄었다. 6년 새 24% 감소한 것이다.
지난 2016년 전후로 중국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국내 기업들을 쇼핑하듯 인수하는 이른바 '판다 쇼핑'이 시들해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계 큰손이 5% 이상 지분율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는 지난 2015년 25곳에서 2016년 50곳으로 큰 폭 증가했지만, 올해는 다시금 26곳으로 줄어들었다.
미국과 일본계 큰손 투자자도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분을 줄이거나 빠져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계 큰손 투자자인 이른바 '큰 독수리'는 지난 2016년 국내 상장사 121곳에서 5% 이상 지분을 보유했지만, 올해는 102곳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계 투자자가 5% 이상 투자한 국내 상장사 수는 48곳에서 28곳으로 큰 폭 줄었다.
외국계 큰손들의 투자가 줄어드는 상황에 지분가치는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당시 외국계 큰손들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42조원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59조원으로 40% 이상 큰 폭 뛰었다. 이는 미국계 주요 투자자인 블랙록이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블랙록은 지난 2019년 2월에 삼성전자 주식을 5%가 넘는 주식을 처음 보유하게 됐다. 이달 24일 기준 블랙록의 주식가치는 19조9천760억원으로, 전체 외국계 큰손 주식평가액 59조원의 34%에 달하는 수준이다.
블랙록은 삼성전자 지분을 포함해 국내 상장사 10곳에서 지난 24일 기준 총 29조8천500억원이 넘는 주식평가액을 보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 외국계 큰손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가치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블랙록과 함께 100여 곳 미국계 큰손들이 보유한 국내 5% 이상 지분을 가진 상장사의 지분가치는 37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외국계 큰손 지분가치 중 60%가 넘는 비중이다.
미국 다음으로는 네덜란드(7조6천981억원), 싱가포르(2조6천748억원), 중국(2조4천65억원), 일본(2조1천893억원) 순으로 국가별 큰손들의 주식가치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네덜란드는 2016년 6조7천788억원에서 13% 넘게 지분가치가 높아진 반면 중국은 2016년 4조4천745억원에서 46% 넘게 줄었다. 일본도 2조5천500억 원 수준에서 14% 정도 주식가치가 낮아졌다.
주식평가액이 아닌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상장사 수만 놓고 보면 미국계 피델리티가 가장 많았다. 피델리티는 국내 상장사 50곳에서 5% 넘는 지분을 확보해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표적으로 DB손해보험, 현대해상, 솔브레인에서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외국계 큰손의 이탈에 대해 "코로나 등 경제 사정으로 인해 주요 국가들이 주식을 처분해 현금화를 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높은 배당과 시세 차익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면서 "외국계 큰손들에게 국내 주식 시장에서 다시 매력을 끌게 하려면 신뢰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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