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코스피 거래대금이 2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긴축 기조와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 장기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등 지수 상승을 가로막는 각종 악재들로 증시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또한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예탁금도 연초와 비교하면 10조원가량 줄어드는 등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 가능성까지 제기돼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이탈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장내 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제외)은 61조8천63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진=픽사베이]](https://image.inews24.com/v1/9c0118c2516343.jpg)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6천60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5.79% 줄어든 규모다. 올해 10조~11조원 수준을 유지하던 거래대금은 연준의 긴축 우려가 고조되면서 이달 들어 급격히 감소했다.
거래대금 감소는 국내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한 이후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2% 이상 빠지기도 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 등 각종 변수로 개인투자자들이 좀처럼 대응하기 어려운 장이 연출되고 있다.
투자자금 이탈 현상도 두드러진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장내 파생상품 거래 예수금 제외)은 61조8천63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71조7천328억원)와 비교하면 9조9천265억원(약 14%)이나 감소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매매를 위해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자금이다. 언제든 증시에 투입될 수 있는 대기성 자금이 크게 줄어든 셈이다.
앞으로도 증시 전망이 밝지 못한 만큼 자금 이탈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이틀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미 국채금리도 재차 상승세며, 10년 금리는 3.1%를 상회해 연말 추정 기준금리 상단(3%)을 상향 돌파했다"며 "이는 5월 FOMC 이후에도 기준금리 인상 전망치가 더 높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려면 인플레이션 지표 둔화와 연준 구성원 중장기 전망 확인이 필요하다"며 "중장기 전망을 확인할 이벤트는 6월 중순에 열릴 FOMC로, 통화정책 불확실성은 그 전까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역전이 발생하면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이 이탈하면 지수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미 연준이 지난 4일(현지시각)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서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0.75~1.0%가 됐다. 국내 기준금리 1.5%와 큰 차이가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두 차례 추가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으면 오는 7월부터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5월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2번 이상의 추가 빅스텝을 시사한 바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금리가 역전돼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 외국인이 시장에서 이탈하는데, 실제 그런 흐름이 금리 역전기에 확인됐다"며 "외국인의 매도우위가 나타날 수 있는 기준금리 역전기에는 지수 자체의 상승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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