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고 있는 가운데 이 틈을 타 시장 확대 기회를 노리던 중국 기업들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의 경제 제재로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40% 가까이 폭락하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일부 외신들에 따르면 화웨이, 샤오미, 오포 등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러시아 시장 출하량을 최소 절반으로 줄였다.
![샤오미12 시리즈 [사진=레이쥔 샤오미 CEO 트위터]](https://image.inews24.com/v1/e198791f13be1d.jpg)
전직 샤오미 임원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처럼 러시아 사업 철수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도 "사업적 관점에서 볼 때 향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당분간 자세를 낮추고 지켜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정부가 러시아의 전쟁을 사실상 지원하는 상황인 만큼 선적 규모 감축 등의 방어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루블화 가치가 35% 넘게 폭락하고, 떨어진 화폐 가치 대비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한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며 "현지 경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루블화 가치가 낮아진 만큼 소비자 가격을 올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1천460억 달러(약 179조6천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러시아 수입품 중 중국산은 14%로 대부분 전자기기다. 이에 업계에선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가 시작되면 관련 중국 기업들이 큰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현지 시장 점유율 1위(30%)를 기록한 삼성전자가 지난주 초부터 물류 문제를 들어 러시아에 제품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3위 업체인 애플도 아이폰뿐만 아니라 애플워치·아이패드 등 공급을 중단한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산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44%를 넘는다. '샤오미'는 23%, 화웨이로부터 독립한 '아너'는 6%, 오포의 서브 브랜드인 '리얼미'는 5%를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달 초 "지난 해 러시아의 스마트폰 시장은 2020년 대비 7% 줄었다"며 "러시아 루블화 가치하락으로 단기적으로 가격 상승과 공급 지연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샤오미12 시리즈 [사진=레이쥔 샤오미 CEO 트위터]](https://image.inews24.com/v1/7ce95ff7a22277.jpg)
중국 정부의 친(親)러시아 기조와 달리 중국 기업들은 기업 이미지와 실제 수익에 악영향이 있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 화웨이에선 영국 자회사 이사 두 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사측의 침묵에 항의하며 사임했다. 화웨이는 성명에서 각각 2015년과 2018년부터 화웨이 이사로 재직한 앤드루 칸과 켄 올리사가 비상임 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화웨이와 샤오미가 주도하는 선적량 감축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개인적 친밀한 관계조차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로부터 중국 그룹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라이벌 기업들의 철수로 중국 기업은 더 이상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2차 제재를 가할 위험도 남았다"며 "스마트폰 등에 들어간 미국산 부품이 러시아로 흘러가는 것까지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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