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당당했던 모습이 닷새 만에 돌변했다. 폭언으로 인해 팀을 이탈했다고 주장하며 전임 감독과 진실 공방을 펼친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김사니 감독대행이 시즌이 끝나기 전까지 이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을 지를 땐 언제고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김 대행은 27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도드람 2021-22 V리그' 여자부 2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서남원 전 감독에게 들었다는 폭언에 대해 "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제 입장을 표명했다"라며 "지금은 시즌 중이기 때문에 더 얘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추후 따로 자리를 마련해서 얘기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행은 시즌 중 팀을 이탈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코치 본분을 망각하고 팀을 이탈해 책임감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김 대행은 자신이 팀을 나간 것은 서 전 감독의 폭언 때문이었다고 폭로하면서 파장을 불러왔다.
그는 지난 23일 흥국생명전을 앞두고 "지난 12일 KGC인삼공사전 끝나고 13일 훈련 때 조송화 선수와 서남원 감독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조송화 선수가 이탈했고, 이후 서남원 감독이 화가 많이 났다"라며 "모든 스태프와 선수들이 있는 상황에서 화를 내면서 이 모든 걸 책임지고 나가라고 했다. 입에 담지 못할 모욕적인 말과 폭언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서 전 감독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욕설이나 폭언은 절대 하지 않았다고 적극 해명했다. 그는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을 했다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차라리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공개했으면 좋겠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제 폭언이 있었다면 이를 공개하면 될 일이다. 오히려 김 대행이 들었다는 폭언을 공개한다면 나빠진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최적의 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폭로전의 포문을 열었던 김 대행은 폭언의 내용을 공개하기 꺼렸다. 그는 "저는 이탈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라며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새 감독이 오기 전까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더욱 (폭언에 대해)말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김 대행은 이어 "현재 상황에서 (폭언에 대해)얘기하면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큰 이슈인 것은 맞지만 지금은 선수들과 팀을 생각해야 한다"라며 "아직 시즌 중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얘기가 나오는 건 제 입장에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폭로전을 시작한 당사자의 입에서 이같은 해명이 나왔기에 실제로는 폭언이 없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단 역시 김 대행과 면담을 통해 그가 주장하는 것처럼 '폭언'과 '입에 담지 못할 모욕적인 말' 등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한 상태라 이같은 의견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이탈에 대한 제재 문제도 김 대행과 구단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구단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통해 김 대행에 "책임에 상응한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징계 가능성을 내비쳤다. 팀을 이탈한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다.
감성한 신임 단장도 "김 대행에 대해서는 규칙과 원칙에 따라 합당한 처분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행은 "저는 사의를 표명했고 그 부분이 수리 중인 상태였다. 감독님과 구단에도 말을 했다"라며 "이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탈이 아니라면 제재 대상도 아닐 테지만 김 대행은 "이탈은 아니지만 그 부분에 있어서 뭐라 말하기 어렵다"라며 "구단에서 그렇게 얘기를 하니 나도 물어보겠다"라고 모호한 입장을 드러냈다.
기업은행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투명하지 못한 행보를 보이며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기고 있다.
/화성=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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