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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든든한 국민생활 파트너' LH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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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18년 경남 진주 본사 대강당에서 창립 9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든든한 국민생활 파트너'를 새 비전으로 선포했다. [사진=LH]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018년 경남 진주 본사 대강당에서 창립 9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든든한 국민생활 파트너'를 새 비전으로 선포했다. [사진=LH]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든든한 국민생활 파트너'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비전이자, 공사 홈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문구다. 지난 2018년 LH는 창립 9주년을 맞이해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앞장서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이 같은 슬로건을 제시했다.

새로운 비전과 전략은 국가 균형 발전과 사회적 가치 실현 등 '공공성'을 강조했다. 슬로건인 '든든한 국민생활 파트너 with LH'는 각 핵심 가치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영단어 'WITH'와 비전을 결합해 선정했으며, 이는 국민과 함께한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와 함께 LH는 오는 2027년까지 ▲일자리 231만개 창출 ▲동반성장 우수기관 달성 ▲고객 만족도·청렴도 최고 등급 획득 ▲이자부담부채 비율 110% 달성 등을 중장기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새로운 비전과 함께 실현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지난 2일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제기한 이후 '든든한 국민생활 파트너'를 천명한 LH는 순식간에 범죄자 집단으로 전락했다. LH가 내민 슬로건과 함께 '고객 만족도·청렴도 최고 등급 획득'이라는 다부진 목표가 우스워진 상황이다.

지난 11일 정부합동조사단(이하 합조단) 1차 조사 결과 LH 직원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 이어 LH의 땅 투기 의혹에 관련 폭로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국민의 공분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는 '솔직히 LH 범죄자 집단 맞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사촌 형이 (LH에) 입사한 지 15년 넘었는데 재산 0원에서 20억 이상으로 불렸다"며 "형은 등록금 낼 돈도 없어서 친척들이 다 도와줘 힘들게 (대학을) 졸업했는데, LH에 입사하고 나서 명의를 다 다르게 해서 아파트 5채를 보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도 5년 전 기준이고, 지금은 또 얼마나 해 먹었을지"라며 "그동안 집값도 엄청나게 올랐으니 현재는 30억이 넘을 거다. 모두 다 신도시 땅 투기로 보유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이거 다 사실이다. 심지어 LH 내에 투기 정보를 공유하는 카톡방을 따로 운영하면서, 고급 정보를 주고받는 비밀투자(투기) 모임이 있다고 한다"며 "친척들이 없는 돈 쥐어짜서 키워놨더니 지금은 투기꾼이 됐다"고 덧붙였다.

각종 부동산 규제에도 문(文)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안정화하지 못했으며,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시행한 임대차법 도입에 내 집 마련은커녕 전세 난민까지 양성했다. 서민들에게 희망을 가장한 3기 신도시와 공급물량 확대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에 결국 이득을 본 건 '국민의 든든한 생활 파트너'를 자청한 LH 직원들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분노가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국민의 주거정책을 책임지고, 이를 실행하는 공기업과 공직자가 부당이득을 통해 서민들의 꿈을 짓밟았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LH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회복 불능으로 추락했다"며 "LH가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기존의 병폐를 도려내고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스스로 추락을 자처한 LH의 자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정 총리의 말처럼 정부가 나서 그른 것을 바로 잡고 공직자와 공공기관의 썩은 행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철저한 관리 감독을 통해 LH가 진짜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국민생활 파트너'로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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