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잘쓴 사과문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 적이 많다. 사과문 쓴 사람 마음을 읽는 독심술도 없는데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 '없다'고 말을 얹고 싶지 않았다.
사과문의 진정성은 사과한 사람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진심은 사과문을 썼을 당시가 아니라 이후에 전달된다. 사과문은 인터넷 세상 곳곳에 남지만, 사과하는 글을 쓸 때 마음은 휘발되기 마련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안전사고 대국민 사과 이후 첫 단추를 잘 꿰지 못했다.
최 회장은 지난달 사과문에서 "대한민국 사회의 일원으로서,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데 더욱 매진하도록 하겠다"며 "국민 여러분들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 사과 하루 만에 산업재해 청문회에 불참을 통보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야 참석했다.
물론 최 회장이 허리 지병이 있고, 청문회가 증인 면박주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 회장이 불참하려 했던 이유도 짐작이 간다. 그러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열리는 산업 재해 청문회였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청문회 참석 과정은 '국민에게도 죄송하다'는 사과문과 배치되는 모습이었다.
최 회장은 오는 12일 주주총회만 통과하면 연임 임기에 들어간다. 정치권, 특히 여권에선 잇달은 안전 사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최 회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이 민간기업인 포스코 최고경영자(CEO) 선임까지 과도하게 개입하려 드는 건 고질적인 문제지만 포스코도 최우선 경영 과제인 '안전 경영'을 실천했는지를 자성해 봐야 할 때다.
최 회장이 연임 임기에 사과문의 진정성을 증명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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