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주요 경제 단체장들이 30일 신년사를 통해 내년 전망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쏟아냈다. 올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 속에서도 정부와 여당이 기업 지원은커녕 최근 반(反)기업법 통과를 밀어붙인 데다 새해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추가 규제에 나서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주요 경제 단체들이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과 관련해 그 동안 강하게 반대했으나, 거대 여당은 경제계 의견을 거의 듣지 않고 최근 독단적으로 국회 본회의 통과를 강행했다. 또 여당은 과반 의석 확보를 무기 삼아 기업 활동에 치명적인 '중대재해법' 처리마저 내년 1월 10일 임시국회 회기 종료 전까지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경제 단체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다시 한 번 정부와 여당이 기업 규제 완화에 힘써줄 것을 한 목소리로 요청했다. 올 한 해 동안 정부에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들이 경영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끊임없이 주문했지만 이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새해에도 코로나19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어 기업들이 느끼는 애로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국내 정책환경은 기업 활동에 부담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산업 현장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급격한 경영환경 악화와 함께 지난해 상법, 공정거래법, 노조법 개정안 등 기업의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법안들이 무더기로 입법화됐다"며 "더욱 악화되는 환경 속에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위축되고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손 회장은 어려워져 가는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민간 경제 부문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 선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새해에는 민간의 경제주체들이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정적인 제도 환경'을 뒷받침해주는 것에서부터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의 출발점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기업의 창의적 경영 활동에 장애가 되는 규제는 대폭 완화돼야 한다"며 "경쟁국들이 기업의 조세 부담을 완화하는 추세를 감안해 경쟁력 있는 기업 세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지난 연말부터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경우 기업 생태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만큼 재해 예방을 위한 국가의 노력이 먼저 적극적으로 강구돼야 할 것"이라며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상법,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에 대해서도 후속적인 보완 입법을 강구해 기업들이 최소한의 대응 여력이라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또 손 회장은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손 회장은 "최근 노조법 개정과 고용보험 적용확대 등 사회안전망 확충과 근로자 권리 강화가 우선적으로 처리됐다"며 "앞으로 정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시장 경직성을 해소하는데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최근 반기업법을 정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거대 여당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내년 재보선과 대선 등 정치 일정을 의식해 여당이 현실과 경제계의 의견을 외면한 채 정치적 계산과 선거용 포퓰리즘식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에 은연 중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박 회장은 "새해에는 서울시·부산시 보궐 선거를 포함해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접어드는 정치 일정이 많다"며 "정치와 경제 이슈를 분명히 구분해 새해는 물론 2022년 이후에도 대처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사회가 성숙하기 위해선 법으로 규제하고 강제하기보다 자율적인 규범이 작동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무리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자율 규범이 형성될 수 있도록 조언과 격려를 해달라"고 덧붙였다.
또 박 회장은 경제계와의 소통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여당이 '기업규제 3법' 처리를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에 대한 불만을 은연 중에 드러낸 것이다.
박 회장은 "최근 산업 안전과 집단소송제, 2050년 탄소 중립 관련 법안과 정책 논의가 활발하다"며 "경제계와 소통하면서 수용 가능한 대안과 실천 가능한 해법을 모색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2021년을 우리 경제가 '생사의 기로에 서는 한 해'라고 규정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한국 기업에만 족쇄를 채우는 규제나 비용부담을 늘리는 정책 대신 외국 기업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적어도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외국기업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하지 않겠느냐"며 "더 많은 기업인들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시장에서 맘껏 뛸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흔히 위기는 기회라고 말하지만 앞서가는 수많은 해외기업과 기술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에게 기회의 문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지 걱정"이라며 "절박한 심정으로 산업구조를 혁신하지 않으면 우리는 잃어버린 10년, 20년을 맞이할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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