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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기후위기] 에너지원 대혼란시대…해법 없고 갈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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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에너지원 두고 갈등, 해외선 기후위기 ‘돈벌이’ 기회 판단까지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금은 기후위기이다. 동아프리카의 ‘메뚜기떼’, 대서양에 폭풍처럼 찾아온 수많은 강력한 허리케인,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쳐 깊은 상처를 남긴 태풍, 인도양 인접 국가를 할퀴고 간 포악한 사이클론, 동토의 땅 시베리아에 영상 38도의 이상 고온현상,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대형 산불.

이 정도면 ‘기후변화와 기후위기’가 아닌 ‘기후재앙’이라고 표현한들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가 가열(Heating)됐고 열 받은 지구가 이상 현상으로 몸부림을 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람도 36.5도에서 1도만 높아도 이상 현상을 보이는 것과 같다.

북극 해빙이 빠르게 녹고 있다. 북극곰도 살아가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NOAA]
북극 해빙이 빠르게 녹고 있다. 북극곰도 살아가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NOAA]

온실가스는 발전과 교통 분야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그 시작은 석탄과 석유에 있다. 석탄과 석유를 태우면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지구 대기권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대기권으로 나가야 할 에너지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갇히면서 지구를 가열시킨다.

원인을 찾았으니 해법을 마련하면 된다. 답은 정해져 있다. 쉽다. 온실가스를 줄이면 된다. 이 또한 쉽다. 온실가스를 내뿜는 석탄과 석유 사용을 줄이든가 금지하면 되겠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부터 어렵다. 꼬인다. 석탄과 석유를 줄이거나 금지하자는 부분에 이르면 나라마다, 기관마다, 연구소마다, 교수마다, 개인마다 서로 다른 의견을 내뿜는다.

◆ '기후위기' 상징 북극, '콜드러시'로 주객전도

기후위기 해법은 에너지원 대혼란시대로 연결된다. 기후위기와 재앙 앞에 지구촌은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해법을 제시하기보다는 오히려 ‘돈을 벌고 이익을 챙기는 절호의 기회로 삼자’는 다짐까지 나온다.

최근 북극의 바다 얼음(해빙)이 빠르게 녹고 있다. 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 NSIDC)가 지난달 21일 내놓은 분석 보고서를 보면 올해 9월 15일 기준으로 북극의 해빙 면적은 370만 제곱킬로미터에 불과했다.

1979년 위성으로 해빙 관측이 시작된 이래 201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은 규모이다. 2012년 북극 해빙의 9월 가장 작아졌을 때의 면적은 약 340만 제곱킬로미터였다. 북극 해빙은 매년 9월에 가장 적고, 그해 3월에 그 규모가 가장 크다.

북극 해빙이 줄고 있는 것은 지구 가열화가 원인이다. 북극은 특히 가열화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2~3배 빠르다. 피드백(feedback) 때문이다. 지구 가열화가 북극 얼음을 녹인다. 녹은 얼음으로 바닷물 영역이 많아진다. 열에너지를 더 많이 흡수한다. 더 많은 열에너지는 더 많은 얼음을 녹인다. 이런 악순환이 북극에서 일어나고 있다.

독일 베르그하임의 독일전기(RWE) 노이라트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독일은 2030년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뉴시스]
독일 베르그하임의 독일전기(RWE) 노이라트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독일은 2030년대 모든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AP/뉴시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북극에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21세기 안에 북극에는 ‘얼음 없는 세상’이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극은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중심 지역이다. 얼음이 큰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얼음이 사라진다는 것은 지구 전체에 기후재앙이 몰려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후위기로 북극 환경이 달라지면서 전 세계의 눈은 기후 해법을 찾는 대신 오히려 ‘개발’에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꽁꽁 언 땅에 들어가기 힘들었는데 얼음이 녹으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 매체인 파이낸셜 익스프레스(Financial Express)는 지난달 30일 자 보도를 통해 ‘콜드러시:인도가 북극으로 돌진하는 이유(Cold rush: Why India is rushing to the Arctic)’란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과학자들은 앞으로 북극에 얼음 없는 여름이 올 것으로 판단한다”며 “얼음 없는 북극이 된다면 석유와 가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석유와 천연가스는 에너지가 부족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매우 중요하다”며 “북극에는 전 세계 가스의 약 30%, 석유의 약 13% 정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추정했다. 이른바 북극권 개발을 의미하는 ‘콜드러시’에 인도가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국내 언론도 최근 이 같은 흐름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몇몇 국내 매체는 ‘콜드러시’란 의미를 강조하면서 세계 각국이 ‘얼음 없는 북극’ 이후 북극의 풍부한 자원 확보를 위해 ‘콜드러시’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없다?

인도 매체의 보도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2월 파리에서 195개국 정상들은 “21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온도를 영상 1.5~2도 상승 제한을 하고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한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 달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 강풍을 타고 퍼지면서 하늘이 연기에 가려져 샌프란시스코 금문교가 오렌지색을 띠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달 9일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 강풍을 타고 퍼지면서 하늘이 연기에 가려져 샌프란시스코 금문교가 오렌지색을 띠고 있다. [AP/뉴시스]

이후 5년이 지난 2020년 지금, 온실가스는 줄었을까. 물론 몇 년 사이에 눈에 보이게 줄어들지는 않겠는데 오히려 온실가스 농도는 증가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구속성과 실천성에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인도와 중국은 여전히 국제사회를 향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그동안 석탄(1차 산업혁명)과 석유(2차 산업혁명)를 통해 경제개발과 산업 이익을 엄청나게 취한 마당에 이제 우리가 개발에 나서려고 하니까 석유와 석탄을 규제하려고 한다”고 반발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논리다.

틀리지 않은 말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그 시작부터 구속성이 없었다. 여기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 경제개발에 역점을 둔 인도와 중국은 ‘우리는 아직 배가 고프다’며 에너지원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가 북극의 가스와 석유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는 이런 배경도 있다.

기후위기를 부인하면서 즐기는(?) 지도자도 있다. 그중 대표적 인물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심지어 그린란드의 대륙빙하가 녹으면서 자원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그린란드를 통째로 사 버리자”고 제안했을 정도이다. 한 국가도 경제적 이익 앞에서는 매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놀랍기까지 하다. 트럼프에게 있어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는 없다. 트럼프에 있어 기후위기는 사기일 뿐이다. 그에게는 자원 개발과 이익 챙기기만 있을 뿐이다.

◆국내 탈원전·탈석탄 두고 갑론을박

국내 현실도 기후위기를 뼈저리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 흐름과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 들어 탈원전·탈석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고리1호기는 영구정지에 들어갔다. 나머지 원전도 수명 연도에 따라 차례로 정지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두고 탈원전과 친원전 세력 간 갈등이 만만찮다. 갈등만 불거진 채 정부는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환경회의와 기후솔루션 관계자들이 지난해 6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공사중단을 촉구했다. [뉴시스]
한국환경회의와 기후솔루션 관계자들이 지난해 6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공사중단을 촉구했다. [뉴시스]

탈석탄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탈석탄 정책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탈석탄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현재 우리나라에 건설 중인 신규 석탄발전소는 7기나 된다. 7기 석탄발전소는 가동 이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연중 절반 이상 멈춰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석탄발전소를 신규로 만들었는데 연중 절반은 여러 규제 등으로 운영하지 못한단 소리이다. 탈석탄이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이라니 이해되지 않는다. 이 신규 화력발전소는 박근혜정부 때 시작됐다.

이소영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앞으로 가동 예정인 석탄발전 7기는 5년마다 이용률이 급감, 2050년에는 10%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탄발전에 대한 효율성이 앞으로 계속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신규 석탄발전 7기의 이용률은 2035년 49%, 2040년 25%, 2045년 17%로 지속해서 감소해 석탄발전 1기 건설에 약 5조 원을 투입하고도 연중 절반도 가동하지 못하는 비효율 사업”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히 신규 7기 발전소 중 삼척블루파워(포스코에너지·포스코건설·두산중공업 합작)의 삼척 1, 2호기 석탄발전은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그 이유로 “공정률이 27%로 다른 신규 석탄발전 대비 낮고, 투입된 공사비가 적은 삼척 석탄발전에 대해서는 빠른 의사결정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공사중단을 해야 한단 주장이다.

◆에너지원 대혼란시대, 해법 없고 갈등만 있다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의 중심축인 국가기후환경회의(위원장 반기문)조차 온실가스 저감에 의지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19년 4월 29일 공식 출범한 대통령 직속 범 국가기구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우리나라 석탄발전 퇴출 연도로 2040년, 2045년, 2050년 등 세 가지 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국가기후환경회의는 2050년까지도 석탄발전을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비난했다.

전 세계가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선진국이 2030년 이전까지, 개발도상국들을 포함하면 늦어도 2040년까지는 석탄발전을 종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국가기후환경회의조차 석탄발전 종료 시점을 늦추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서도 불협화음이 많다. 탈원전과 탈석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수이다. 원전과 석탄에서 재생에너지원으로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태양광과 풍력 확대 등 양적 부분에만 매몰된 나머지 우후죽순 추진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산림을 훼손하고 편법과 불법으로 건축하는 일이 잦다. 그 과정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주민 참여 부분이다. 특정 지역에 발전시설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그곳에 사는 주민 의견을 듣는 것은 기본이고 시작이다. 이런 가운데 주민설명회가 형식적이고 편법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 E&S의 자회사인 여주에너지서비스가 여주시 북내면에 추진 중인 여주천연가스발전소(LNG)에서도 이 같은 일은 반복됐다.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 갈등이 심각하다. SK송전탑건립반대비상대책위는 “사업 절차와 내용상 진행이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K E&S뿐 아니라 다른 지역도 주민설명회를 열 때 찬성하는 주민만 선별해 참석시키거나, 동네 이장단과 손잡고 주민설명회 형식을 채우는 편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기후위기와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지금의 에너지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력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집중전력시스템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하는 지역이 따로 있다. 이 때문에 희생당하는 지역이 있다. 송전탑 등 갈등 요소가 많은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중앙집중전력시스템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하는 지역이 따로 있다. 이 때문에 희생당하는 지역이 있다. 송전탑 등 갈등 요소가 많은 게 현실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앙집중공급시스템으로 돼 있다. 한국전력이 전기를 대부분 생산해 각 지역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으로는 21세기 변화하는 에너지 시스템을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희생당하는 지역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지구 파괴한 원흉으로 기록될 것인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서울과 경기의 전력 소비를 위해 다른 지역이 희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성만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년 기준 ‘지자체별 전력생산·소비 현황’ 자료를 보면 전력생산량을 전력소비량으로 나눈 ‘전력자립도’가 대전이 1.78%로 가장 낮았다. 서울은 그다음인 3.92%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도도 생산보단 전기 소비량이 많았다.

반면 인천은 247%, 충남은 245%의 전력자립도를 기록하면서 지역 내 전력소비량보다 많은 양을 다른 지역에 보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과 인천을 비교하면 지역의 전력생산 대비 소비 비율이 최대 138배 차이 난다.

이성만 의원은 “전기를 소비하는 지역이 따로 있고, 석탄발전이 내뿜는 미세먼지와 원자력발전 위험을 부담하는 지자체가 따로 있는 상황”이라며 “전력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은 결국 환경과 에너지 정의의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해법으로 현재의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체계에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분산형 전원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 지자체가 소비하는 전력을 자세히 분석한 뒤 지자체 내에서 자신들이 쓸 전기는 자급자족으로 생산하는 시스템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단기적으로 전력요금체계에 이런 불균형을 반영하는 한편, 궁극적으로 석탄과 원전에 의존하는 중앙집중식 전력공급체계에서 탈피해 신재생에너지 등 지역에서 전기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는 사회가 움직이고 삶을 지탱하는 기본이다. 여러 기관에 따라, 사람에 따라, 판단 기준에 따라 해법은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해법을 찾는 그 과정이 발전적 토론이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갈등만 있고’ 해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갈등과 혼란만 진행되고 있는 사이 지구는 죽어가고 있다. 고스란히 후세대에 악영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지금 세대가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후위기를 내버려 둔다면 역사에서 지금 세대는 ‘지구를 파괴하고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으로 만든 원흉’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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