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세계경제 불확실성 확대로 발주 연기 및 취소되고 1분기 세계 발주량이 60% 이상 감소됐다."(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조선업계 대표들이 모인 27일 간담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조선업계 어려움과 지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성 장관은 "추가 대책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엘타워에서 진행된 간담회에는 성 장관과 제조산업정책관을 비롯해 조선업계에서는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 장윤근 STX조선해양 사장, 정대성 대한조선 사장, 이수근 대선조선 사장 등이 참석했다.
◆1분기 전세계 발주량 전년 동기대비 70% 감소, 비상걸린 조선사
이날 간담회 분위기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그동안 국내 조선업계는 국제해사기구(IMO) 2020 환경규제 시행에 따라 LNG(액화천연가스)선 발주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세계경제 위축으로 물동량 둔화에 따른 선박발주가 크게 감소했다.
이 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 세계 코로나19 팬더믹 영향으로 조선업도 같은 어려움에 놓여있다"며 "하반기는 수주를 회복하고 대형 LNG 관련 공사들과 협상을 진행 중이기에 성과를 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누계 선박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71% 감소한 233만CGT에 그쳤다. 2018년(1천83만CGT)이후 3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주력선종인 대형 LNG운반선(14만㎥ 이상)은 지난해 1분기 14척이 발주됐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발주가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유가급락도 조선업계 경영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가가 하락하면 원유 생산을 위한 해양플랜트와 원유·가스를 시추하는 드릴십 등의 발주가 줄어든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저유가 기조로 인해 연평균 330억 달러 규모였던 해양플랜트 시장이 52억 달러로 1/6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선사들은 유가 하락시 공사과정에서 발생한 추가비용 지불을 거부하며 건조계약을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조선사는 수주 계약해지가 발생할 경우 선수금을 몰취하고 해당선박을 매각해 손실을 보전한다. 현재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5척의 드릴십 잔고를 보유 중이다.
◆조선업계 "금융지원 필요하다"…정부 "추가지원 검토"
국내 조선업계는 이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시 수요와 생산, 유동성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면서 이들은 ▲제작금융 등 유동성 지원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규모 유지 및 적기 발급 ▲외국 기술전문인력 입국절차 간소화 등을 요청했다.
제작금융이란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등의 대금을 받을 때까지 제작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제도다. RG는 조선사가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선박을 제대로 건조하지 못했을 경우 선주로부터 미리 받았던 선수금을 금융회사가 대신 물어줄 것을 보증하는 증서를 말한다.
금융업계가 코로나19에 따른 여파가 실물경제로 이어지면서 위험노출도(익스포져) 줄이기 움직임에 돌입했다. 조선업계는 유동성과 해외수주 확보를 위해선 금융업계의 지원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달라는 의미다.
정부는 추가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성 장관은 "정부의 대책이 충분치 않을 수도 있고 현장까지 전달되지 않거나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으므로 비상경제중앙대책본부 내 산업위기대응반을 통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필요한 대응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3일 5차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통해 올해 약 8조원의 제작금융을 지원하고 RG발급 규모를 유지해 수주활동을 지원키로 했다. 해양플랜트 등 제조공정에 투입되는 보세적용(수입신고, 과세보류 혜택) 원재료 범위를 마무리 공정 및 A/S 등에 필요한 부품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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