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국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잦아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간산업인 제조업의 회복은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으로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차질과 선박 발주 심리가 위축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유통업 등 내수와 서비스 산업의 회복세는 빠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은행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3일 이같은 내용의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 따른 산업별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내수·유통업, 빠른 회복 가능하지만 제조업·항공업은 회복에 시간 걸려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사태가 펜데믹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내수·서비스 산업뿐만 아니라 철강·조선 등 제조업 부문의 업황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사례를 감안할 때 한국은 빠르면 다음 달부터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의 복귀를 기대할 수 있으며 주요국보다 빠른 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방역 실패로 확진자가 재차 증가할 경우 비슷한 격리과정을 다시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경제생활로의 복귀시점을 예측하는 게 무의미해진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소는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진정세를 보일 경우 정부의 소비진작 정책과 억압수요 회복 등으로 내수 비중이 높은 유통 등 서비스업의 회복이 가장 먼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홈코노미와 언택트 소비 문화가 새로운 구매 패턴으로 정착될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산업의 경우에도 비대면 교육 서비스의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에듀테크 시장의 중장기적인 안정 성장이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의 경우는 부정적이다. 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완성차 생산차질과 선박 발주 심리 위축 등으로 업황부진이 심화되고 있으며, 철강산업도 자동차·조선 등 전방산업의 부진으로 인한 수급 악화가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제조업의 경우 한국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하반기 이후로 완만한 반등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항공업과 관광·숙방업도 좋지 못하다. 전세계적으로 이동제한이 장기화되면서 업황 정상화가 4분기 이후로 넘어갈 수 있다. 국내 항공업계의 경우 정부지원 확대 여부·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부 등이 주요변수지만 인수합병 등을 통한 저비용항공사의 대형화 등 구조재편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관광과 숙박업의 경우 펜데믹이 끝나더라도 지역 관광업자의 폐업 등으로 인프라 재구축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펜데믹으로 인한 수요 둔화에 OPEC+(석유수축국기구와 10개 산유국의 연대체)의 증산으로 인한 공급과잉에 주요 제품의 마진이 손익 분기점 이하로 내려가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정유·화학업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만큼, 전 세계적으로 사태가 안정된 이후에야 업황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혜영 연구위원은 "정유업의 경우 화학업에 비해 재무 안정성이 허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업황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다"고 밝혔다.
◆펜데믹 이후의 세계경제, 글로벌 공급망·유통망 중심으로 변화 불가피
연구소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과 유통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주요국 공장의 연쇄적 셧다운으로 부품공급 중단과 생산차질이 빈번해지면서 적시 공급 시스템에 대한 재고와 주요산업의 부품·소재의 공급선 다변화로 위험을 분산할 유인이 확대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유통망의 경우에도 인적·물적 이동 제한의 장기화로 인한 물동량 감소로 재무구조가 튼튼한 대형업체 위주로의 사업 재편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영준 산업분석팀장은 "적시공급 시스템에 대한 재고와 공급선 다변화 등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항공산업의 경우 저비용항공 업체를 중심으로 실적 악화와 재무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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