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늘리는 주주들…오너일가 압박?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제외한 주주들의 한진칼 지분 늘리기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다뤄질 올 3월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오너 일가에 압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오너 일가의 일탈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제외한 주주들이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주식 보유 비중 늘리기에 나섰다.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려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강성부펀드)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지난해 12월 23일 한진칼 지분을 기존보다 1.31%p 늘린 17.29%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반도건설의 계열사인 대호개발도 지난해 11월 말 공시 기준 한진칼 4대 주주로 6.2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7일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지분을 더 사들일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진칼 3대 주주인 델타항공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진칼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는데, 델타항공 또한 꾸준하게 한진칼 지분을 늘려왔다. 한진칼 5대 주주는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한진칼을 제외한 한진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주식 보유 비율을 높이고 있지만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올해 3월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오너 일가에게 압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총에서는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가 올 3월 23일로 끝나는 조 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조 회장은 연임을 위해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28.94%고 정관상 조 회장은 연임을 위해 40%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2대 주주인 KCGI는 꾸준히 "오너 일가가 경영 전면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전문경영인 도입 요구를 해왔다. 지난 7일에는 공식 유튜브 채널 'KCGI TV'를 통해 한진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KCGI는 지난해 KCGI가 공개적으로 요구한 주주제안 내용을 담아 한진칼이 '한진그룹 비전 2023'을 발표하면서 송현동 부지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실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델타항공의 경우 대한항공과 2000년 출범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창립 멤버 일원으로 2018년에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조 회장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줄 백기사(우호세력)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특정 개인을 지지한다면 주주들로부터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반도건설은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상황이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지난 7일 "고(故) 조양호 전 회장과의 친분을 고려한 투자 목적으로 한진칼 주식을 사 왔다"면서도, "3월 주총 전까지 주요 주주들로부터 의견을 들어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일어난 한진가(家) 내부 다툼으로 여론이 악화하면서 오너 일가의 일탈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오너 일가와 주주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말 조 회장의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 회장의 그룹 경영에 대해 반기를 든데 이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 회장 사이 발생했던 심한 다툼이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이에 올 3월 한진칼 주총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오너 일가의 일탈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적극적 주주권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커졌다. 횡령, 배임, 부당지원, 경영진의 사익편취 등 기업가치가 훼손될 경우 이사 해임, 정관 변경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해서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 안에 반대표를 던져 조 전 회장이 경영권을 잃게 한 적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도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조원태 회장은 기업가치 훼손 이력이 있으므로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며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스튜어드십 코드)를 촉구했다. 한진칼이 29.96% 지분을 보유한 대한항공이 싸이버스카이·유니컨버스와 내부거래를 통해 지배주주일가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실적으로도 스튜어디십 코드 강화를 통해 오너리스크를 견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지분이 사실상 다 세습되면 전문경영인이라는 게 사실 설 땅이 없고, 오너(기업의 실질적 소유주)가 있는 이상 전문경영인은 바지 사장일 뿐이다"며 "현재 오너 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하는 것이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