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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필리버스터 카드', 백기투항 압박에 자충수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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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발목 역풍 맞고 협상 폭도 줄어

[아이뉴스24 윤채나 기자]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막판.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법안, 패스트트랙 법안 등 굵직한 현안이 얽히고 설킨 정국을 꽉 막아버린 것은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선언이었다.

한국당은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199개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명분은 '유치원 3법' 반대였지만, 속내는 지난 27일 본회의에 부의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골자 선거법 개정안 상정·표결을 막기 위함이었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99명)이 요구할 경우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다. 한국당은 소속 의원 108명 전원이 1인당 4시간씩,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태세였다. 계획대로라면 선거법을 비롯해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 등 검찰개혁 법안 처리도 막을 수 있었다.

한국당의 '야심찬' 계획은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야당들과 공조해 본회의 자체를 무산시키면서 틀어졌다. 국회법 상 본회의는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이 출석하면 개의할 수 있지만,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의결정족수(148명)를 채운 뒤 개의하는 게 관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조성우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사진=조성우 기자]

이 과정에서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 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의 발목을 잡았다는 여론의 비판이 불거지면서 한국당이 수세에 몰리기 시작했다. 나경원 원내대표가 '민식이법'의 경우 필리버스터 신청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 본회의에 부의됐다고 강조하며 별도 처리를 제안했지만 여론은 악화일로였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꽉 막힌 정국을 풀 해법은 결국 여야 협상 뿐이지만, 필리버스터라는 극한 투쟁 카드를 이미 던진 한국당으로서는 더 이상 주고 받을 카드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도 운신의 폭을 좁게 하는 변수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심사를 마치지 못함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 민주당이 다른 야당들과 공조하면 한국당을 빼고도 본회의에 상정, 표결 처리가 가능하다.

민주당이 예산안을 '무기'로 사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원회 계수조정 과정에서 한국당이 요구한 증액·삭감 사항을 모두 제외하는 방법이다. 총선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지역 예산 증액 요구를 관철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당 소속 의원들에게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예산안과 패스트트랙 법안을 함께 직권상정, 처리하는 것은 한국당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얻은 것 없이 여론의 역풍만 남는 꼴이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한국당의 처지를 잘 아는 분위기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봉쇄 음모를 진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당 원내사령탑이 국정동반자인 제1야당을 상대로 '진압'이라는 강경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나아가 이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마지막 제안"이라면서 저녁까지 필리버스터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제안'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백기투항을 압박한 것과 다름 없다는 해석이다. 협상의 여지도 없다. 과연 한국당이 어떤 선택을 할지,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윤채나 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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