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임금협상을 두고 사측과 마찰을 빚고 있는 한국지엠(GM) 노조가 자사 제품 불매 운동 등 초강수로 맞서고 있다. 사측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조가 힘을 보태주길 바라고 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노사 갈등이 이어질 경우 사측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한국지엠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27일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한다. 20일 생산직 조합원 4시간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23~24일 전 간부가 8시간 전면 파업에 돌입하며, 24~27일 6시간 파업을 진행한다.
오는 24일에는 카허 카젬 사장 퇴진과 수입차 불매운동에 대한 기자회견도 열 계획이다. 사측과 9차례 가진 협상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불매운동 대상은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대형 SUV '트래버스' 등 미국에서 들여와 판매하는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지 않고 미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한국지엠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수입차 불매운동은 한국지엠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콜로라도', '트래버스'는 한국지엠이 라인업 다변화를 위해 들여온 모델로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노조가 불매운동에 나설 경우 고객 유입 효과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도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노조의 파업으로 한국지엠이 2만 대가량 생산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부진 속 노조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실적 역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지엠의 8월까지 내수 누적 판매 실적은 4만8천763대로 전년(5만8천888대)보다 17.2%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노사 갈등 장기화가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지난달 방한한 줄리언 블리셋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지면 일부 물량을 다른 국가로 넘길 수도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지엠 측은 계속해서 노조와 교섭을 시도할 계획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회사가 미래 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는 만큼 노조도 약속을 이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계획하고 있는 바 없다"며 "줄리언 블리셋 사장의 발언은 엄중한 경고 차원에서 한 것으로 구조조정을 뜻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국지엠 노사의 갈등은 4개월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5월 30일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시작했지만, 임금 인상과 부평 2공장 발전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등을 두고 입장차가 벌어지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기본급 5.65% 인상과 통상임금 250% 규모의 성과급, 사기 진작 격려금 650만 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사측이 2022년 이후 부평 2공장에 신차투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인천 부평 2공장에 대한 중장기 계획도 요구하고 있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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