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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미국 전자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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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자투표(e-voting) 시스템의 안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터치스크린 방식을 이용한 전자투표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11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이 방식을 도입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를 이용하는 것은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수준인 5천만명 가량. 이처럼 많은 유권자들이 터치스크린 방식 전자투표를 사용하는 데도 불구하고 아직 신뢰성 문제가 검증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터치 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기에서도 적지않은 오류가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플로리다 지역신문인 선-센티넬은 11일(이하 현지 시간) 전자투표로 진행됐던 지난 3월 플로리다주 민주당 예비선거 투-개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 1.09%의 표가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한 것.

미국 전자투표 어떻게 하나?

1. 투표소에서 유권자 신원 확인 후 투표자 카드를 받는다. 카드에는 기계를 작동시키는 일종의 키 기능을 하는 칩이 내장돼 있다. 기계에 카드를 투입한다. 2. 영어와 스페인어 중 사용할 언어를 고른 후 총선거 후보를 선택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선택을 바꿀 수 있다. 이중 기표를 방지하기 위해 먼저 선택한 항목을 지워야 다른 항목을 선택하도록 했다. 3. 상원·하원 및 주지사를 선택한다. (주나 카운티에 따라 누구를 뽑는가는 다를 수 있다.) 여기서는 복수 선택도 가능하다. 4. 결과 확인단계. 투표를 마치고 나서 이제까지 선택한 항목을 한 화면에 보여준다. 잘못됐을 경우 그 항목을 클릭하면 다시 앞으로 돌아가 바꾸면 된다. 5. 이상없음을 확인한 후 투표(cast)버튼을 누르면 투표자 카드가 되나온다. 이를 선거관리위원에게 건네주면 투표 완료. 카드는 한 사람만 쓰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투표자에게 선거원이 허가하지 않는 한 활성화되지는 않는다. ※기계 높이는 유권자 키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기표 결과는 내부 프린터, 탈착시 메모리와 기계 내부에 내장된 메모리, 이렇게 세 가지로 기록한다.

이 신문은 이같은 결과를 토대로 "터치스크린 전자투표기가 11월 미국 대선에 사용될 경우 적잖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전했다.

◆ 한국에서도 전자투표 논란

전자투표의 신뢰성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전자투표를 도입했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민주노동당 등이 잇달아 시스템 오류로 투표가 중단되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다.

대형 투표에 섣불리 도입하기엔 웬지 불안한 측면이 많다.

지난 8일 1주일 일정으로 인터넷 투표를 시작했던 교총은 이날 오후 4시15분께 서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표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 이날 투표에 참여한 1만5천여명분의 투표 결과가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당시 전자투표 진행을 맡았던 KTH의 관계자는 "해킹으로 판단할 만한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KTF 측은 "프로그램 작업 중 직원의 조작 실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동당 역시 전자투표 문제로 스타일을 구겼다. 지난 5월25일 온라인 투표로 진행된 민노당 지도부 선출 작업이 잇단 에러로 인해 중단된 것.

민노당은 다음날인 26일 당 선관위 긴급 회의를 열어 "온라인 투표를 전면 중단하고 진행된 온라인 투표는 전면 무효화한다"는 방침을 내린 바 있다.

오는 8월 15일로 예정된 우고 차베스 대통령 소환 선거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를 도입하기로 한 베네수엘라 역시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검증되지 않은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것.

베네수엘라 다음달 소환 투표를 마칠 때까지 이 문제를 놓고 거센 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 터치스크린으로도 기표 누락 발생

미국은 지난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 주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적 있다. 펀치 카드 투표방식을 사용했다가 부정확한 기표 때문에 개표 논란을 빚었던 것. 플로리다주는 그 이후 15개 카운티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 캘리포니아 전자투표기 납품업체는 제소당해

캘리포니아주에 전자투표 기계를 납품한 디볼드사가 지난 지난해 11월 제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 역시 전자투표의 신뢰성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쳤다.

AP통신은 11일 컴퓨터 프로그래머 짐 마치와 시민운동가 베브 해리스가 디볼드를 캘리포니아 주법원에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전자투표 장비 구입 비용을 전액 배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디볼드의 혐의는 '공인받지도 않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와 모뎀 등을 납품했다'는 것. 원고측은 "이로 인해 해커들의 공격에도 속수무책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자투표 장비 구입에 1천 100만달러나 쓴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 카운티 등을 비롯해 캘리포니아주가 소송 원고인단에 참여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선관위 쪽에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빌 로키어의 대변인은 "해당 지역의 선거 관리들은 오는 9월 7일까지 이 소송의 참여여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볼드의 대변인 데이비드 베어는 "아직 소송에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구체적인 대응일정도 공개하지 않았다.

◆ 선거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전자투표 방식의 경우 하드웨어 조작 결함이나 소프트웨어 에러로 유권자 명단이 지워지거나 왜곡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재난을 불러오게 된다. 재검표 수준이 아니라 재투표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미국 하원의원 13명은 지난 5월 연방 의회 산하 조사기관인 회계감사원(GAO)에 전자투표 기술의 보안과 안정성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 의회는 전자투표 사용을 제한하는 법 제정도 고려하고 있다. 전자투표의 불안정성을 감안한 조치다.

선거관리본부에서도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가 100% 안전하다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초 캘리포니아주 서기관 케빈 셸리는 각 카운티가 일정 조건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디볼드 투표 시스템을 사용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을 원하는 카운티는 보안 조치를 미리 취하거나 종이 투표를 원하는 사람들은 종이투표로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전자투표의 이러한 위험 때문에 해외 주둔 미군들의 부재자 투표 방식도 기존 종이 투표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올 미국 대선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인 약 5천만명이 전자투표 방식을 이용할 예정이다. 보안 결함 및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많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11월 2일 미국 대선일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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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과 2000년 미국 대선

많은 표를 얻은 당의 선거인단이 해당 주의 표를 싹쓸이하는 소위 '승자독식방식(winner takes all)'을 채택하는 미국의 선거방식에서는 단 한 표가 커다란 차이를 낳을 수 있다. 지난 2000년 대선이 대표적인 예다. 앨 고어와 조지 부시와의 맞대결에서는 총 득표수에서는 고어가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플로리다주에서 537표 차이로 부시에 선거인단을 내주는 바람에 부시에 백악관 입성을 양보해야만 했다. 펀치 카드를 사용해 투표했던 플로리다주 선거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것은 누락된 기표용지들. 기표 누락은 기계가 기표 용지를 제대로 읽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펀치 구멍이 제대로 뚫리지 않았거나 두 개 이상 뚫린 이중 기표, 이렇게 두 가지 경우다. 당시 투표 용지 총 610만장 중 6만1천190장, 1% 정도가 구멍이 덜 뚫려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기표는 11만 3천 820개로, 전체의 약 1.9%였다. 플로리다주는 펀치 카드의 불확실성을 보완하기 위해 2000년 이후 펀치 카드 방식을 버리고 15개 카운티에 터치 스크린 방식을 도입했다. 터치 스크린 방식을 이용하면 이중 기표의 염려는 없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는 유권자 고유 정보가 기입된 스마트카드를 기계에 투입한 다음 스크린에 뜨는 지시 사항대로 투표하면 된다.

플로리다주 팜 비치 카운티의 선거 감독인 테레사 르포르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람이 직접 선거관리를 할 경우, 아예 기표를 하지 않거나 잘못 찍는 유권자도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투표 용지 누락을 원천 방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투표만이 사람의 실수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최상의 투표 시스템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터치 스크린 방식에서도 기표 누락 현상이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같은 설명이 설득력을 잃게 됐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는 유권자 고유 정보가 기입된 스마트카드를 11일 남부 플로리다의 지역신문인 선 센티넬지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9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예비 선거(프라이머리)의 44%에 해당하는 35만개 투표를 분석한 결과, 기표 누락 비율이 1.09%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