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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설의 허실-2] 냉동실에 얼리면 배터리 수명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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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배터리를 냉동실에 얼려두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휴대폰과 관련된 속설이다. 금방 닳아버리는 휴대폰 배터리 때문에 걱정이었던 사람이라면 실제로 휴대폰 배터리를 냉동고에 넣었던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사실 인터넷을 떠도는 '배터리 얼리기 속설'은 모두 그럴듯한 방법과 근거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검증된 이론'으로 들린다. 가장 널리 퍼진 방법은 '삼성전자 정보통신 연구원'이 작성했다는 글로 '휴대폰을 랩 또는 봉투에 꽁꽁 싸서 냉동실에서 24시간 얼리면 새 것처럼 성능이 부활한다'는 것.

이 글은 배터리를 냉동고에 얼리는 방법에 대해 '극저온 상태에서는 전해물질들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려 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달았다. 또한 '냉동후 드라이어로 습기를 완전 제거해야 한다'고 주의사항까지 친절하게 일러준다.

삼성전자 정보통신 연구원이 썼다며 인터넷에 소개된 글

휴대폰 배터리는 6개월정도 사용하면서부터 수명이 짧아지기 시작합니다. 한 일년정도 되면 눈에 보일정도로 수명이 짧아지죠.

랩 또는 1회용비닐팩, 없으면 봉투로 배터리를 꽁꽁싸서 냉장고 냉동실에 24시간정도 얼리면 새것처럼 성능이 부활됩니다. 왜그러냐면요! 극저온 상태에서 전해물질들이 자기자리로 돌아가려는 간단한 원리입니다.

특히 오래된것일수록 효과가 확실하게 100% 아니 200% 나타나구요 너무 자주하는거보다는 6개월에 한번정도 하면 좋습니다. 새것은 하시면 안되죠.

요즘 배터리 가격 3 만~ 5 만원정도 하죠 아마? 지금 바로 해보세요. 반드시 습기를 꼭 제거하신후에 사용하세요. 습기 제거기로 좋은건 집에있는 드라이기입니다. 꼭 약하게 멀리서 말려주시고 아니면 자연건조도 좋습니다.

네이버 '지식인' 코너에 올라온 글의 작성자는 '휴대폰 전지의 이온결합이 다시 치밀해져서 그렇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다음 카페에 떠도는 글의 작성자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이다'라고 확신있게 말하고 '성능이 노후해 폐기해야 할 정도의 배터리는 저온 상태에서 일시적으로 성능이 좋아진다'고 주장했다.

배터리를 냉동고에 넣는 것에 대한 의견도 가지각색이다.

누군가는 '냉동실에 넣으면 녹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분이 발생해서 배터리 부분 전극에 닿아서 녹이 생기고 이온 전해질에 무리가 갈수있다'는 이유를 들어 '냉동고가 아닌 냉장실에 보관해야 한다'고 말한다. 냉동고에 배터리를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랩으로 감싸서 수분이 들어가게 하지 않으면 된다'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실온에서 충전하면 95% 밖에 충전이 안되지만 저온에서 충전하면 완전하게 충전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는 글도 있었다. 따라서 아예 저온에서 배터리를 보관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다.

휴대폰을 감싸는 랩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어느 글에는 '랩' 대신 '은박지'를 이용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휴대폰 배터리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교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체 비용이 3만~5만원으로 꽤 부담스러운 가격. 만약 인터넷을 떠도는 '배터리 얼리기 속설'이 사실이라면 낡은 휴대폰 배터리 소지자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온도 낮아지면 오히려 배터리 수명 단축될 수 있다"

휴대폰 이용자들에게 매력적인 이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휴대폰 배터리 제조업체인 스탠더드에너지테크의 김미제 이사는 이 속설에 대해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거나 수명이 길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온도가 낮으면 양성자와 전자의 이동이 멈추기 때문에 다시 상온으로 돌아오면 그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활발해진다"며 '배터리 얼리기 속설'이 등장한 배경을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흐르는 물을 막아 놓았다가 방출하면 일순간에 물이 더 많이 흐르는 것과 같은 원리로 잠시 아주 미세하게 배터리의 용량이 늘어난 것처럼 느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원래 존재하던 물의 양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항공대 교수를 지내고 휴대폰 배터리를 이용한 사업을 진행중인 아이큐토이의 유경민 사장은 "배터리의 수명이 저하되는 것은 원소거리의 배열이 흩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속설은 배터리의 고유 수명이 시간에 따라 소진되는 것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즉 온도를 낮춰 원소거리를 최소화시킨다고 해도 이미 에너지로 전환된 부분을 채워넣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는 오히려 "배터리는 온도가 낮아지면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냉동고에서 실온으로 다시 냉동고로 옮겨지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휴대폰 배터리의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대덕연구단지 한국화학연구소의 김석 박사는 "냉동고에 넣었다고 배터리 사용 용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는 얘기"라고 못 박았다.

그는 "영하 5도 이하의 온도에 배터리를 보관하면 액체 전해질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온도가 내려갈 수록 배터리의 수명이 저하될 것'이라고 말하고 '상온과 냉동고를 오가는 과정에서 배터리의 성능 또한 낮아질'이라고 경고했다.

휴대폰 배터리와 핵심부품을 제조하는 삼성SDI의 관계자는 "이런 속설이 생겨났을 때 이미 모든 실험을 거쳤다"고 말하고 "실험 결과 전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측에서도 '삼성전자 정보통신 연구원'이 쓴 글의 주인공을 알 수 없다고 했다. 즉 인터넷에 떠도는 속설 자체의 근거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

이처럼 전문가들은 '휴대폰 배터리 얼리기' 속설에 대해 모두 근거가 없다고 얘기할 뿐 아니라 '오히려 수명이 줄거나 고장이 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자칫 휴대폰 배터리를 알뜰하게 써 보려다가 보장된 시간마저 미처 사용하지 못한 채 배터리를 고장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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