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끌 때, 습관적으로 폴더를 그냥 닫는 대신에, 먼저 종료 버튼을 누른 뒤 폴더를 닫으면 15원이 절약된다?'
최근 인터넷에 이같은 '휴대폰 사용료 절약비법'이 소개되고 있다.
이 비법은 "휴대폰을 끊을 때 종료 버튼을 누르면 종료 신호가 이동통신망에 바로 전달돼 즉시 통화가 중단되지만, 휴대폰의 플립이나 폴더를 닫으면 10초 후에야 통화가 종료된다"며 이같이 주장한다.
휴대폰 요금을 아끼는 방법으로 소개된 이 소문은 10초간 통화에서 발생하는 15∼20원의 통화비용을 줄이려면 반드시 종료버튼을 누르는 올바른 통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교훈적인 내용까지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월 6천원을 절약한다는 네티즌들의 경험담도 함께 곁들여 소개되고 있다.
이같은 소문은 다음의 커뮤니티사이트 '짠돌이'(cafe.daum.net/mmnix)를 통해 공개되면서 네티즌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갈수록 불어나는 휴대폰 통화료가 부담스러운 네티즌들에게 귀가 솔깃한 이야기다. 한 네티즌의 경험담처럼 한 달에 6천원 절약할 수 있다면 1년에 7만2천원을 아낄 수 있다는 얘기다. 6천원이 아니라 한 달에 1천원만 아껴도 국내 휴대폰 가입자가 3천5백만명이나 되므로 연간 절감효과는 4천억원이 넘는 엄청난 금액이 된다. 이 얘기는 거꾸로 말하면 휴대폰 이용자들이 종료버튼을 누르지 않음으로써 이동통신사가 수천억원의 부당한 통화요금을 거둬간다는 말도 된다. 기자는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를 문제삼아 이동통신사가 부당으로 챙긴 이익을 소비자에게 환원해야 한다고 판단, '휴대폰 종료버튼을 누르면 15원을 절약한다'는 소문의 베일을 벗기기에 나섰다. ◆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 유용한 정보인 줄 알았다"…'짠돌이' 운영자 이번 소문의 근원지였던 커뮤니티사이트 '짠돌이' 운영자에게 물어봤다. '짠돌이' 운영자 이대표(본명·29)씨는 출처를 묻는 질문에 "한 회원이 올린 글을 보고 이게 유용한 정보일 것 같다고 판단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운영자의 추천을 받아 게시판에 글을 올린 회원에게 '출처를 알려달라'는 e메일을 보냈으나 이에 대한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휴대폰 요금 15원 절약하기' 방법은 라디오를 통해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짠돌이' 사이트에 실린 글을 네티즌들이 인터넷의 각종 사이트에 퍼다나르면서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소문을 사실로 믿고 주위 사람들에게 요금절약법을 퍼뜨리고 있었다. 하지만 출처는 오리무중. 확인할 수 없었다. 출처 확인이 어려워지자, 기자는 취재방향을 선회, 이동통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확인키로 했다. 이 문제를 기술적으로 명확하게 밝히기 위해 '휴대폰 플립이나 폴더를 닫으면 통화가 바로 끊긴다'라는 명제를 세웠다. ◆ "휴대폰 소프트웨어 제어방식 따라 다르다"…ETRI '휴대폰 종료버튼 누르고 15원 절약하기'의 조언을 얻은 곳은 국내 IT기술의 산실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다. ETRI 박용직 이동통신네트워킹 연구팀장은 "휴대폰으로 전화받는 방식이 다르듯, 휴대폰마다 통화를 종료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하면서 '휴대폰 종료버튼 누르고 15원 절약하기'의 과학적 접근의 물꼬를 텄다. 휴대폰에 벨소리가 울리면 이용자는 휴대폰 플립이나 폴더를 열어서 걸려온 전화를 받거나, 플립이나 폴더를 열고 '통화'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 있다. 마찬가지로 통화종료도 휴대폰의 플립이나 폴더를 닫는 방법과 종료버튼을 누르는 방법으로 나뉜다. 그는 휴대폰 통화를 종료하는 방식이 종료버튼을 누른 것에만 국한되면 15원을 줄인다는 소문은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용자가 통화를 끊기 위해 휴대폰의 플립이나 폴더를 닫았지만 플립이나 폴더를 닫을 때 아무런 종료신호도 이동통신망에 전달되지 않으므로 실제 통화는 끊기지 않는다. 몇초간 아무런 대화가 없으면 통화가 자동으로 종료되는데 이에 발생하는 시간이 10초라고 가정한다면 이에 발생한 비용 15원을 소비자가 고스란히 물어내야 한다. 그는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은 휴대폰 내에 장착된 소프트웨어 제어방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ETRI 박남훈 휴대단말 팀장은 "휴대폰내 장착된 소프트웨어는 플립이나 폴더를 닫는 방법으로도 통화를 끊을 수 있도록 구현돼 있다" 면서 "결국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의 전략과도 연계되는 부분"이라며 공을 이동통신사에 넘겼다. 기자는 기술적으로는 휴대폰 플립이나 폴더를 닫으면 통화가 바로 끊기게 할 수 있지만, 이동통신사가 어떠한 전략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기능이 제한될 수도 있다는 중간 결론을 얻어냈다. ◆SKT-삼성전자 "근거없는 얘기"...큐리텔 "그럴수도…" 국내 최대 가입자를 보유한 SK텔레콤은 '휴대폰 종료버튼 누르면 15원 절약된다'는 얘기에 대해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SK텔레콤 김혜진 홍보과장은 "플립을 닫으면 즉시 통화가 끊어진다"면서 "일부 단말기에서 플립을 닫을 때 0.1∼2초간 통화가 지연되지만 이는 단말기 내의 처리속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휴대폰업체 삼성전자 홍보담당자 김세훈씨도 "휴대폰요금이 10초 단위로 계산되기 때문에 10초의 연결 도수가 올라가는 찰나에 휴대폰을 종료하면 실제 통화요금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커뮤니티사이트 '세티즌'의 안동율 운영자는 "'휴대폰 종료버튼 누르고 15원 절약하기'는 옛날 시절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는 "플립을 닫으면 1초 내외에서 통화 연결이 끊긴다"면서 "1초간의 시간이 발생하는 것은 휴대폰이 소프트웨어를 처리하는 속도와 연관돼 있지만 요즈음 칩처리 속도가 향상돼 그 시간마저도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팬택앤큐리텔 연구소의 K과장은 "플립을 닫으면 종료된다는 게 사실이지만 이를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통신사의 망과 휴대폰 소프트웨어에 따라 간혹 '휴대폰 종료버튼 누르고 15원 절약하기'가 가능한 휴대폰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 사용되는 휴대폰 27종을 대상으로 직접 실험 결국 기자는 단순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국내에 출시된 수많은 휴대폰을 통해 직접 이 문제를 확인하기로 한 것. 여기서 하나의 가정은 실제 통화 종료시간과 신호를 주고받는 시간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아닌 제3자인 국내 대형 모바일콘텐츠 제공업체 Y사의 협조를 얻어 국내에서 사용되는 휴대폰 27종을 대상으로 일일이 실험을 해봤다. 이번 실험대상은 일반인들이 보유할만한 휴대폰 중에서 휴대폰 제조일자가 비교적 오래된 제품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휴대폰 종료버튼을 누르면 15원을 절약한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실험 대상 27대 중에서 플립을 닫을 때와 휴대폰 종료버튼을 눌렀을 때의 시간 차이는 길어야 1초 이내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통화요금이 10초 단위로 부과되므로 휴대폰의 종료 버튼을 누른다는게 실제 절약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간혹 1초 이내의 시간차이로 15-20원의 요금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통화완료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 폴더나 플립을 닫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으므로 통화완료 버튼을 누르는 것이 반드시 요금을 절약하는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휴대폰 이용자들의 간단한 습관만 고치면 연간 수천억원의 통화요금을 절약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시작한 이번 취재가 며칠간 고생에도 불구하고 '용두사미'격으로 끝난 감이 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와 라디오방송, 그리고 수많은 사이트들을 통해 유포된 소문이 '근거없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밝혀낸 것에 만족해야 겠다. 휴대폰 사용자들이여, 통화가 끝나거든 이젠 요금 걱정말고 폴더나 플립을 자신있게 닫으시라. 참고로 아래는 실험에 쓰인 휴대폰과 이동통신망이다.(이동통신망/휴대폰 제조사/휴대폰 모델 순) ▲SK텔레콤 SK텔레텍 스카이 IM-6100 ▲KTF LG전자 싸이언 KP6160 ▲LG텔레콤 팬택앤큐리텍 카시오 HBT-3242M ▲SK텔레콤 삼성전자 애니콜 SCH-E200 ▲KTF KTF테크놀로지스 KTF-E2500 ▲KTF 삼성전자 애니콜 SPH-E200 ▲KTF 삼성전자 애니콜 SPH-X1300 ▲KTF 삼성전자 애니콜 SPH-X4000 ▲LG텔레콤 세원텔레콤 CPD-529 ▲SK텔레콤 삼성전자 애니콜 SCH-X290 ▲SK텔레콤 삼성전자 애니콜 SCH-V300S ▲SK텔레콤 모토로라 MS230 ▲KTF 삼성전자 애니콜 SPH-X4900 ▲SK텔레콤 SK텔레텍 스카이 IM-5300 ▲KTF KTF테크놀로지스 KTF-X1000 ▲SK텔레콤 SK텔레텍 스카이 IM-6400 ▲SK텔레콤 LG전자 사이언 SD-1600 ▲LG텔레콤 LG전자 사이언 LP-3000 ▲SK텔레콤 한화 CS-M210 ▲SK텔레콤 SK텔레텍 IM-7100 ▲LG텔레콤 팬택앤큐리텍 EX-7000 ▲신세계통신 LG전자 싸이언 LGC-P04 ▲LG텔레콤 LG전자 싸이언 LP-9100 ▲SK텔레콤 SK텔레텍 스카이 IM-5400 ▲SK텔레콤 삼성전자 애니콜 SCH-X650 ▲SK텔레콤 삼성전자 애니콜 SCH-E170 ▲LG텔레콤 LG전자 LP-9000. 국순신기자 kookst@inews24.com,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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