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작은 목적과 이유가 어디에 있든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일로써 시정의 책임자로서 시민 여러분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산하 직원여러분께도 미안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조충훈 전라남도 순천시장은 지난 8일 순천시청 홈페이지(suncheon.jeonnam.kr)에 합성사진 조작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이와 같이 밝혔다.
문제의 합성사진은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의 중심, 순천으로 오십시오'라는 홍보책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충훈 시장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담
은 가로 5cm, 세로 3cm 크기의 사진이다. 노 대통령이 순천이 아닌 다른 곳에서 브리핑을 받는 장면에서 대통령 옆에 서 있던 사람의 얼굴을 조 시장의 얼굴로 바꿨던 것.
조충훈 시장은 "시장 인사부분에 시장 사진만으로는 외국 투자가에게 신뢰가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 합성한 사진을 사용했음을 확인했다"면서 잘못을 시인했다. 하지만 전국 공무원노동조합 전남지역본부 순천시지부 사이트(www.scsu.or.kr)에는 이번 사진 조작에 대한 항의 글이 빗발치고 있다.
◆ 정교해진 합성사진, 진실마저도 감춘다
합성사진 조작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디지털 사진의 진실을 찾아내기가 만만치 않다. 소문으로 듣기보다 눈으로 보는 게 낫다는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속담은 이젠 인터넷에 통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보다 동영상이 더 낫다는 '백사진불여일동영상'(百寫眞不如一動映像)이란 말이 더 적절하게 들린다.
인터넷에는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를 전해주는 사진조차도 진실성을 의심케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네티즌들은 엽기사진들을 '조작됐다'며 믿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합성사진임을 밝혀내는 커뮤니티들까지 등장할 정도다.
사실 같은 거짓, 거짓 같은 사실 속에서 네티즌은 갈피를 못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진의 조작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해변가에 돌고래 떼가 몰려드는 이 사진은 최근 도깨비뉴스(www.dkbnews.com)에서 네티즌들간 논란을 빚었던 작품이다.
'바보'라는 네티즌은 "합성이 확실합니다. 돌고래 보시면 알겠지만 수면 아래와 수면 위는 시각 차이에 의해 꺾임 현상이 일어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컵에 젓가락을 집어 넣으면 알겠지만 수면 위와 수면 아래의 돌고래는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약간 꺾여서 보여야 합니다. 하지만 보면 알겠지만 물과 고래의 합성이라 꺾임 현상이 없다"며 합성임을 강조했다.
이에 비해 '업계 종사자'라는 네티즌은 "그래픽 디자인업계에 있는 나의 소견으로는 아무리 전문가라도 저 정도의 물고기사진을 자연스럽게 합성하는 것은 상당히 무리라는 소견"이라며 실제사진임을 주장했다. 그는 "수면에 비치는 고기들의 잔상들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그것을 컴퓨터 작업으로 했다는 것은 믿어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조작된 합성사진에 대한 논란도 많다. 그 이유는 국내 네티즌들의 합성사진 제작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그 조작의 정교함이 전문가를 능가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 중 최근에 나온 합성사진 수작이 바로 '골리앗 당구장'이다. 평범한 당구장에 고이즈미, 유시민, 김병현, 최성국 등 유명인사들의 모습을 합성시킨 이 사진은 합성과 실제의 구분을 허물었다.
김유식 디씨인사이드 사장은 "정교한 합성사진을 제작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사진을 확대시켜 장면을 일일히 오려내야 하는 수작업을 거쳐야 하므로 무엇보다도 인내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 조작된 사진이 버젓이 실제사진으로 둔갑하기도

실제사진과 조작사진의 경계가 무너지자, 조작사진이 진품으로 둔갑하는 사태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전남 순천시장 - 노무현 대통령 합성사진도 이 과정에서 해당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로 발생하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이라크전을 계기로 합성사진들의 논란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라크 포로의 성 학대 사태가 만천하에 알려진 가운데, 미군이 이라크 여성을 성폭행했다며 인터넷뉴스 '아즐란'이 보도한 사진도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을 전달해야 할 사진이 오히려 잘못된 진실을 전달한 것.

또 이라크 어린이들이 미군 병사들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채, '미군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누나를 겁탈했다는게 자랑스럽다'는 내용이 적힌 사진도 진위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5월 초에도 연예인 사강이 자신이 나온 누드집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던 것도 합성사진에 대한 논란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합성사진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이런뉴스'의 관계자는 "합성사진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 수준으로 실력이 향상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디지털사진에 대한 진위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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