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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님도 구제 못하는 규제개혁'…정책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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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통큰 투자·고용 불구 경영환경은 '제자리'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재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재계의 경영 보폭을 넓히는 규제 개혁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서다. 재계 일각에서는 '나라님도 구제 못하는 규제개혁'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주요 그룹들이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지만, 정작 각종 규제 개혁은 빗장에 굳게 잠겨 있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규제 개혁과 혁신 성장을 주문했지만,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쥔 정치권에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규제개혁 1호 법안인 인터넷전문은행법의 경우 문 대통령이 신속 처리를 당부했지만, 정작 정치권에서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논쟁에 휘말리면서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 일부 의원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이견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가 미래 산업의 원유”라고 강조하면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이 역시 9월 정기 국회 처리가 불투명하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또다시 국회를 찾아 규제개혁 법안 처리를 촉구하고 나선 이유다. 박 회장이 20대 국회 들어서 국회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9번째다.

재계 관계자는 "나라님인 문 대통령이 직접 은산분리와 빅데이터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역설했지만, 정작 정치권에서는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규제개혁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러니 재계에서는 규제 개혁은 고사하고 규제 강화만이라도 하지 말아 달라는 하소연이 나온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공정거래법 전면개편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속고발제 폐지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으로 오히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이전과는 배치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순환출자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번 법 개편에서는 지주회사의 자회사나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새로 설립되는 지주회사에 한해 상장사 30%, 비상장사 50%로 상향했다.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한다면서 문턱을 높인 꼴이 됐다는 지적이다.

재계가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에 나서고 있지만, 규제만큼은 전혀 바뀐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재계에서는 지난해 12월 LG그룹(19조원 투자·1만명 고용)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그룹(5년간 23조원 투자·4만5천명 고용), SK그룹(3년간 80조원 투자·2만8천명 고용), 신세계그룹(3년간 9조원 투자·3만명 이상 채용) 등의 보따리를 풀었다.

더욱이 삼성은 재계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향후 3년간 180조원 투자에 4만명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한화(5년 22조원·3만5천명) GS(5년 20조원·2만1천명) 포스코(5년 45조원·2만명)가 잇따라 대규모 투자·채용 계획을 내놓았다.

양창균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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