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오픈마켓 11번가의 매각여부를 두고 유통업계가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SK는 11번가 매각설을 강력 부인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신세계와의 투자협상이 재개됐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SK가 11번가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더라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일 11번가의 유력 인수대상자로 거론됐던 롯데는 SK와의 협상 중단을 공식화했다. 롯데지주 가치경영실장 임병연 부사장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롯데지주 주식회사 공식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SK플래닛 측과 11번가 인수와 관련해 협의를 진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는 모두 중단됐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분 50%에 한 주를 더 가지는 방식으로 11번가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으나 SK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협상이 중단된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 채널까지 영역을 확장한 미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 깊은 인상을 받은 최태원 SK 회장이 11번가를 그룹의 총아로 키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의 전략통으로 알려진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지난달 진행된 사내 임원회의에서 "11번가는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매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11번가가 중심이 되고 주도권을 갖는 성장 전략만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의 11번가 인수 재개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신세계는 당초 SK와 50대 50으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었으나, 롯데가 11번가 인수를 포기하면서 다시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 8월 스타필드 고양 오픈 기념식에서 "11번가 인수를 검토해봤으며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여러가지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연말 전까지 깜짝 놀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신세계가 연말을 앞두고 온라인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SK플래닛은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으며 신세계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유통업계 "신세계·SK 협상 난항 예상"
신세계가 11번가에 대한 투자협상을 재개했다 하더라도 합의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내수 불황으로 주요 유통업체의 수익의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 막대한 재무 부담을 지면서까지 11번가에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가 이커머스 인수합병(M&A)에 욕심을 내는 이유는 플랫폼과 브랜드력 때문인데 11번가가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고도 경영권을 못하면 투자 메리트가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신세계와 롯데, 현대백화점그룹 모두 한 번씩 11번가 투자를 고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양 사가 투자 합의에 이르더라도 시너지를 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롯데 관계자는 "온라인사업 확장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계열사들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은 제조사에서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종합몰'인 반면 11번가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중계하는 '오픈마켓'이어서 사업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며 "11번가 인수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오픈마켓 쪽에 노하우가 없다보니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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