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게임 업체인 고누소프트를 인수한 지 석달여만에 한글과컴퓨터가 다시 오피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씽크프리 인수를 10일 전격 선언했다.
고누소프트 인수가 '게임'이라는 차세대 성장엔진 육성을 위해 추진된 인수합병이었다면, 이번 씽크프리 인수는 한컴의 주력 시장인 오피스 시장에서 경쟁업체를 흡수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현재 국내 오피스 SW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거대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가운데 토종 업체인 한컴을 필두로 씽크프리와 테크다임, 넥스소프트 등이 틈새 시장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기업인 썬이 '스타스위트'로 오피스 시장 공략에 가세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컴의 이번 씽크프리 인수는 마이크로소프트라는 공동의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 토종 오피스 업체끼리 힘을 합쳐보자는 연합의 의미가 크게 작용했다.
물론 오피스 시장의 95% 가량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인수가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하지만 씽크프리가 보유한 웹 기반 오피스 기술과, 무엇보다 한컴에 비해 해외시장에서 한발 앞서 있는 씽크프리의 선점 노하우를 활용해보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술적인 시너지는 물론 마케팅 측면을 계산한 장기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컴 역시 '넷피스'라는 웹 기반 오피스 사업을 차세대 비즈니스로 준비해 오고 있는데다 넷피스 초기 버전은 사실 씽크프리 오피스를 라이선스받아 시작했었다는 역사가 숨어있다.
여기에 '한컴 오피스' 제품 자체만으로도 보면 워드프로세서인 '한글'과 함께 오피스의 축을 이루고 있는 표계산 프로그램 '넥셀'이 아웃소싱 제품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오피스 전 제품군을 보유한 씽크프리를 인수함으로써 전체적인 제품 기술력을 한꺼번에 확보한다는 전략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종진 한컴 사장은 "닷넷을 앞세워 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는 MS에 대항하기 위해 적어도 2005년을 대비한 제품과 기술 확보가 필요했다"며 "하지만 직접 개발보다는 인수를 통한 기술확보가 훨씬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컴이 씽크프리 인수를 통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해외시장이다.
씽크프리는 한컴이 워드프로세서 시장에 주력하고 있을 때, 그보다 앞서 오피스 소프트웨어로 시장 공략에 나섰던 업체다.
자바로 개발한 씽크프리 오피스로 멀티 플랫폼 지원을 무기로 내세웠고, 또한 '웹 기반의 오피스'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에서 얼굴을 알린 업체다.
99년 미국 시장에서만 2천만달러라는 거금을 투자받았을 만큼 일찌감치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기대 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한 가운데 새로운 제품 업그레이드를 위한 추가 투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더구나 씽크프리는 올들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어 더욱 아쉬운 상황이었다.
5월 미 항공우주국(NASA)에 제품을 공급했고, 대형 소매유통 업체인 월마트와 컴퓨USA에 납품했다. 최근에는 미국 코렐소프트웨어와 OEM 공급을 협의중인 등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백종진 사장은 "이미 해외시장에서 닦아놓은 씽크프리 오피스로 세계 진출의 초석을 삼아보자는 의미가 크다"며 "독자 진출보다는 이미 발판을 닦아놓은 길을 이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씽크프리 인수는 당장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점은 적겠지만, 점유율 확대 등 단기적인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씽크프리는 한컴의 자회사로 계속 독립 운영되며, 우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차기버전 '씽크프리 오피스 3.0' 개발에 주력하게 된다.
한편 지난 8월 고누소프트에 이어 씽크프리를 인수함으로써 한컴은 'SW 지주회사'를 향한 발걸음을 또 한발 내디뎠다.
올 6월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던 한컴을 인수하면서 프라임산업이 내세웠던 한컴의 미래비전은 'SW 지주회사'였다.
백종진 한컴 사장은 "한컴이 직접 모든 것을 개발할 생각은 없다. 이는 시간과 비용면에서도 비효율적인 전략이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역량있는 기업들의 인수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고누소프트의 박흥호 사장은 한컴 창업멤버였다. 씽크프리 강태진 사장도 95년부터 3년여를 한컴에서 재직한 바 있다. '왕년의 한컴맨'들이 다시 뭉치고 있다는 점도 눈에띄는 대목이다.
김상범기자 ssanb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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