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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긴 가상자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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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가상자산이 제도권 내로 들어왔다. 투자자 보호를 근간으로 하지만, 그 책임을 가상자산거래소에 전적으로 맡겼다는 점에선 우려스럽다.

19일부터 시행되는 가상자산법은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취지로 제정됐다. 지난 2013년 국내에서 가상자산거래소가 처음 생긴 뒤 11년 만에 법이 마련된 것이다.

가상자산법의 주된 내용은 이용자 예치금 보호와 불공정거래행위 금지다. 거래소가 파산할 경우에도 이용자가 투자한 금액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예치금을 은행에 보관·관리해야 한다.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한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규율체계도 마련됐다.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상거래 상시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전담 인력은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 적발시 당국이나 수사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가상자산법 시행에 맞춰 국내 원화거래소와 코인마켓 거래소가 나름의 준비를 이행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다. 가상자산법의 주된 내용을 자본시장법에 빗대어 봤을 때 고객의 계좌와 매매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가 예탁금을 자체적으로 보관하고 이상거래를 스스로 감지하는 셈이다. 한국거래소(KRX)와 증권사, 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를 가상자산거래소 혼자 처리하는 셈이다.

거래소의 예치금을 은행에 보관하는 것은 원화만 해당한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거래소에 원화가 아닌 가상자산을 예치한다. 이의 대비책으로 콜드월렛에 가상자산을 보관해야 하는데, 콜드월렛을 관리하는 이는 거래소 직원이다. 기술 보완성은 높였지만, 내부통제가 미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상거래 적출·감시도 마찬가지다. 이상거래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상태라곤 하나, KRX 이상거래 적출기준을 벤치마킹했을 뿐 가상자산거래에서의 교묘한 이상거래까지 감지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이상거래 적출 기준과 파일럿 테스트 결과 등도 악용될 수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

가상자산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에 지레 드는 걱정이 아니다. 지난 11년간 수많은 코인 사기 사건중 거래소가 연루된 적이 여럿 있었다. 대표적으로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송치형 회장과 운영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 등이 사기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소닉의 대표 신 씨는 비트소닉 코인(BSC)을 띄우기 위해 물량을 비트소닉 자금으로 되사는 이른바 '바이백' 수법으로 거래량을 늘려 징역형이 선고됐다. 해외에선 가상자산 거래소 FTX를 창업하며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샘 뱅크먼-프리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상거래를 자체적으로 감지하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알아서 적발하겠다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기우가 아니길 바란다. 금융당국은 거래소에 책임을 떠넘긴 가상자산법 보완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비아냥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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