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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양식에 로봇 개발까지"…건설업 '대변혁' [창간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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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침체 장기화 속 과감한 성장전략·사업다각화 '눈길'
노인·세대공존형 등 맞춤형 주택 개발⋯에너지 개발도 추진

혹한의 '트럼피즘' 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성장전략이 주목된다. 꽃샘추위가 봄을 가로막을 듯 기세등등해도 결국 산수유 꽃은 피고야 마는 것처럼, 기업들은 어느때보다 험난한 역경을 이겨낼 비책을 꺼내 결실을 맺어야 한다. 창간25주년을 맞은 아이뉴스24는 새로운 사반세기를 향해 출발하면서 기업들이 펼치는 새 출발 성장전략을 조명해본다.[편집자]

[아이뉴스24 이수현·이효정 기자] 건설노동자가 안전모를 쓰고 바삐 움직이고, 커다란 포크레인과 레미콘이 쉴새 없이 오가는 공사 현장. 건설업계를 대표하는 이미지처럼 여겨지는데, 몇몇 건설사들의 행보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집 짓는 건설사에서 벗어나 주거·빌딩용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거나 택배용 로봇 도입, 실내 연어 양식장 건립 등 전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응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려는 몸부림이다.

현대건설이 올해 입주 단지에 처음 적용 예정인 자율주행 배송 로봇 '모빈' [사진=현대건설 ]
현대건설이 올해 입주 단지에 처음 적용 예정인 자율주행 배송 로봇 '모빈' [사진=현대건설 ]

건설사가 로봇에 플랫폼 사업까지⋯신기술 적용 '박차'

현대건설은 로봇 개발에 열중이다. 2019년 건설로봇 특화 연구시설을 설립하며 로봇 개발을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건설업계 관계자 대상 기술 시연회를 개최했다. 창측 벽체구간 도장시공 무인화를 위한 로봇 고도화 연구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내 벤처 제도로 개발된 자율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는 현대건설이 현대엘리베이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상용화를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서비스는 당장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처음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자율주행 로봇 배송 서비스는 무선통신, 관제시스템과 연동뿐 아니라 도로부터 지하주차장, 공동출입문, 엘리베이터까지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모든 배달 구간을 통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다"고 언급했다. 로봇은 입주민이 주문한 상품을 지하층 등에 위치한 택배함에서 받아 문 앞까지 배달해 주게 된다.

현대건설이 올해 입주 단지에 처음 적용 예정인 자율주행 배송 로봇 '모빈' [사진=현대건설 ]
홈닉.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은 지난 2023년 출시한 주택 관리 플랫폼인 '홈닉'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초까지 5만가구 넘게 적용 중이다. '문래 힐스테이트(2003년 입주, 776가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2016년 입주, 1612가구)' 등 다른 건설사가 시공한 기존 주택 단지에 적용한 사례도 8곳, 6000가구를 넘어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각 건설사가 시공한 단지에만 적용하는 게 아닌 확장성을 가진 플랫폼으로 구축 단지여도 각 단지에 맞게 필요한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빌딩을 관리하는 플랫폼인 '바인드'도 출시했다. 회의실 예약, 방문객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하고 있다. 빌딩 인테리어 업체인 아주디자인그룹의 강동구 고덕동 신사옥에 처음으로 적용했는데, 기업은 물론 방문객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주디자인그룹 외에 추가로 빌딩 고객사와 계약을 하기 위해 추진 중"이라며 "향후 스마트 오피스, 빌딩 제어, 디지털 트윈, 프롭테크, 에너지 등 분야별 선도기업이나 유망한 스타트업과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올해 입주 단지에 처음 적용 예정인 자율주행 배송 로봇 '모빈' [사진=현대건설 ]
육상 연어 양식장인 '부산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전경. [사진=GS건설]

"주특기 살리더라도 '평범한 사업은 NO'…연어 양식장에 시니어 레지던스까지"

전통 건설업이 아닌 맞춤형 '틈새' 시장에도 속속 진출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초로 부산에 실내 연어양식장인 '스마트 양식 클러스터'를 준공했다. 오는 2026년 말 첫 출하를 목표로 양식사업을 하고 있다.

첫 출하에 성공하면 수입에만 의존하던 연어를 국내산으로 공급할 수 있다. GS건설로선 폐쇄식 순환 여과 방식(RAS)과 같은 응집된 수처리 기술을 고도화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사업 중 신사업으로 주목받는 모듈형 주택 시장에선 GS건설이 독보적이다.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기업 자이가이스트(XiGEIST) 지분 100%를 보유한 GS건설은 오는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목적사업에 '통신판매업'을 추가하기 위해 총회 안건에 포함한다. 모듈러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모듈러 주택 사업을 위한 온라인 영업이 더 활발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주택 골조 등 주요 부위를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미래 사업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목적사업을 추가해 준비해 놓는 단계"라며 "신사업을 계속 찾고 있으며, 전통적인 건설업만이 아니라 한 발 나아간 '스마트한 건설'을 계속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올해 입주 단지에 처음 적용 예정인 자율주행 배송 로봇 '모빈' [사진=현대건설 ]
서울원 아이파크 투시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업부지 내에 웰니스 레지던스를 조성한다. [사진=HDC현대산업개발]

맞춤형 주택 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도 한다. 고령층 인구 증가에 맞춘 주거 공간인 '시니어 레지던스'도 대표적인 신사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노원구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현장에 웰니스 레지던스를 조성한다. 해당 시설에는 서울아산병원과 협업한 헬스케어 프로그램 등 고령층 맞춤형 서비스가 다수 적용될 예정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맞춰 시니어 고객도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주거 상품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디벨로퍼로서 서울원 아이파크 등에서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금융을 활용한 새로운 도시개발모델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시니어 주거 공간의 건설만이 아니라 연관된 신사업도 추진 중이다. 대우건설은 오는 11월 세대공존형주거시설을 목표로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스위트' 입주를 진행할 예정이다. 맞춤형 식사와 건강케어, 가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고령층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시에 어르신이 낮 동안 머물며 돌봄을 받는 공간인 데이케어센터(주간돌봄센터)도 대우건설이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또한 주거·케어·의료 전문기업과 시니어 레지던스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 등 역량을 키우고 있다. 올해 중 서울 용산구 한남동, 경기도 오산에서 추진하는 임대사업 등에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건설이 올해 입주 단지에 처음 적용 예정인 자율주행 배송 로봇 '모빈' [사진=현대건설 ]
2025년 2월 25일(현지시간) 미국 팰리세이즈 원자력발전단지에서 크리스 싱 홀텍 회장(왼쪽)과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오른쪽)가 확장 협력 합의서에 서명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친환경에 답 있다"…에너지 개발 열중

친환경·신재생 에너지도 건설사의 새 먹거리 중 하나다.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점은 변수지만 올해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포스코이앤씨는 해상풍력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주도하는 750메가와트(㎿)급 '울산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소의 기본설계를 수행하고 해상에서 생산된 전력을 육상으로 송전하는 케이블의 양육점과 지중선로, 육상변전소 등 육상공사를 짓는다.

현대건설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1년 11월에는 미국 원전기업 홀텍 인터셔널과 SMR 개발과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협약(Teaming Agreement)을 맺고 SMR과 원전 밸류체인 전반의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동유럽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올해 안에 바르샤바에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주변 국가로 SMR과 원전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DL이앤씨는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로 SMR를 정했다. 2023년 20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 SMR 사업자인 엑스에너지(X-Energy) 전환사채를 인수했고 SMR 플랜트 사업 개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태양광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2조원 규모의 세르비아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수주했다. 이를 발판으로 몬테네그로 등 동유럽 태양광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전통적인 집 짓는 건설사로는 생존 힘들다

이처럼 건설업계가 다른 분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이유는 주택 시장이 침체된 탓이 크다. 수년간 건설원가가 상승하면서 건설사 수익성이 악화했고 공급 물량이 많은 지방은 미분양 증가 등 침체에 빠지자 주택 사업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 부진은 매출원가율에서도 나타났다. 매출원가율은 총매출액 대비 인건비 등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지난해 국내 건축·주택 부문 매출 비중이 전체의 48.2%를 차지한 현대건설(자회사 포함)은 영업이익률이 100.66으로 번 돈보다 쓴 돈이 많았다.

그 외 GS건설(91.34%), 대우건설(91.17%), HDC현대산업개발(90.55%) 등 대형 건설사도 매출원가율이 90%를 넘어섰다. 건설업계가 새 먹거리 찾기에 나선 이유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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