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7월 말에야 마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가 하반기 협상에서도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인상해야 한다는 철강업계와 인하해야 한다는 조선업계의 입장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협상은 통상 협상 마무리 시점인 4~5월보다 두 달 정도 늦어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하반기 협상 역시 협상 시점이 길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후판은 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주로 선박 제조나 건설용으로 쓰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올해 하반기 후판 값 협상을 진행 중이다. 상반기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초반대로, 지난해 하반기 90만원 중반대보다 소폭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특성상 후판 협상 가격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후판 가격 인하에는 철광석 등 원자재 시세 하락과 중국 철강사의 저가 공세 등이 작용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철광석 톤당 시세는 101.08달러로 지난 1월 초(142.58달러) 대비 약 29.1% 하락했다.
지난달 말 블룸버그통신은 씨티그룹을 인용해 "철광석 가격이 향후 톤당 80달러대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중국의 철강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반기 후판 협상도 길어질 전망이다. 철강사들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후판 값 인상을 주장하고 있고, 조선사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가격 인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후판 가격이 하락하게 되면 공급자인 철강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후판은 철강업계의 주요 제품 중 하나로, 매출의 약 15%를 후판 판매로 벌어들이고 있다. 이에 후판 가격 하락은 철강사들의 매출과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중국의 공급 과잉으로 정상적이지 않은 시장 가격을 형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어도 최소한의 원가를 보장받을 수 있는 가격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조선업계 입장은 다르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중국산 철강의 가격이 국내 철강사 제품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후판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후판 가격이 내려가면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원자재 비용이 줄어들어 조선업계는 건조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조선업계는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이어서 수익성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이에 후판 가격이 인하되면 조선업계는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보면 조선업계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에서의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경우 한국 철강 생태계와 조선 산업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한국 조선사들은 중국산 철강을 100% 사용할 수 없으며, 비중을 높일 수는 있지만 대규모로 조달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산 저가 철강을 무제한으로 받을 수 없고, 한국 조선사들은 대부분 국내에 기반을 두고 있어 대량의 철강 자재를 적시에 공급받기 위해 국내 철강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저가의 중국산 철강이 계속 공급되면, 중국 조선사들이 혜택을 보게 되고, 국내 조선사들은 원가 경쟁력에서 밀려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철강사들은 중국산 가격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철강사들의 수익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조선사와 철강사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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