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은 朴대통령, "퇴진하라" 문전박대

[윤채나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를 전격 방문, 정세균 국회의장과 회동했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날 회동은 박 대통령이 먼저 제안했다. 여야 대표에 제안한 영수회담이 야당의 반대로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정 의장에 손을 내민 것이다.

정 의장이 "영수회담을 먼저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청와대는 "영수회담이 안 되니 의장 면담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회동을 앞두고 "야당 대표도 만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스텝이 꼬였다.

정 의장 측은 "영수회담을 하자는 이야기가 아예 없었다. 영수회담이 아니라 대통령-국회의장 면담"이라며 "야당 지도자들이 영수회담에 안 오는 것처럼 말하기에 바로잡는다"고 밝혔다.

오전 10시 30분께 국회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박근혜 하야' 피켓을 든 야당 의원들과 마주해야 했다. 의원들은 침묵했지만, 일부 당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을 향해 "퇴진하세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닙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회동은 10여분만에 끝났다. 박 대통령은 정 의장에게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 주면 그 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드리겠다"고 했다. 사실상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 철회를 선언한 것이다.

정 의장은 "대통령 말씀 정당에 잘 전달하고 제 정당이 위기 극복에 협력하도록 소통 잘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럴 때일수록 민심을 잘 받드는게 중요하다. 주말 촛불 민심을 잘 수용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