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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 글로벌 위스키 名家의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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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미기자] 지난 2014년 말. 국내 위스키 업계 1위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가 독특한 제품을 하나 출시했다. 길고 둥근 기존 위스키 병과 달리 짙은 푸른빛이 도는 사각 병 모양으로 시선을 끌었던 이 제품은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이 개발 과정과 광고에 참여했다고 해서 '베컴 위스키'로도 화제가 됐다. 바로 싱글 그레인 스카치 위스키 '헤이그 클럽' 얘기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이 제품을 출시한 후 28~35세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투자했다. 국내에서는 배우 이서진을 홍보대사로 선정해 글로벌 파트너 데이비드 베컴과 함께 헤이그 클럽을 적극 알렸다. 그러나 이 제품은 출시 반년만에 판매량이 급감했다. 출시 초반인 2014년 11월 900여 상자, 12월 1천여 상자까지 판매됐던 이 제품은 2015년 3월 100여 상자로 판매량이 뚝 떨어졌고 지금은 업소에서도 찾기가 쉽지 않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역시 지난해 여성 소비자를 공략하겠다며 저도 위스키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하나 출시했다. 처음 마주했을 때 길쭉한 향수병 모양이 인상적이었던 이 제품은 저도 위스키 중 가장 잘 팔린다는 '골든블루' 보다 알코올 도수를 5.5도나 낮춰 당시 업계에서는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이 같은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반신반의 하기도 했다.

결국 이 제품은 출시한 지 1년 만에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실제로 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의 누적판매량은 지난해 215상자, 올해 1~6월 13상자에 불과했다. 최근 6개월간 판매량이 고작 '234병' 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은 글로벌 주류업체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페르노리카에겐 굴욕적인 기록이다. 더군다나 현재는 이 만큼도 팔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고 주력 제품인 임페리얼마저 판매량 급감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은 생산, 마케팅, 영업 등의 전략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기존 위스키의 맛과 가치를 버리고 트렌드를 너무 쫓다보니 '밍밍한 맛' 때문에 고객층을 확보하지 못했고 자연스레 영업력에서도 밀리면서 시장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상태가 돼 버렸다.

또 헤이그 클럽은 그레인 위스키임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높은 편이어서 위스키 애호가들은 달가워 하지 않는다.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 역시 낮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높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두 제품의 성적이 신통치 않자 일각에서는 심지어 이들을 두고 '폭망주'라는 별칭까지 붙여줬다.

여기에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소식에 더 큰 한숨을 쉬고 있다. 그동안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스카치 위스키 무관세 혜택을 받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제품의 수입원가가 오르면서 채산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위스키 시장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헤이그 클럽과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의 설 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의 철수설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는 잘 팔린다고 했던 윈저 W 아이스·레어(디아지오), 임페리얼 네온(페르노리카) 등의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케팅에 현재 힘을 쏟고 있다. 이로 인해 헤이그클럽이나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 같은 비인기 제품에 신경 쓸 여유는 당연히 없다.

이 같은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위스키 업체들의 어려움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토종 위스키 브랜드인 골든블루가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도 이들에겐 위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위스키 시장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 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곧 시행될 '김영란법'도 문제지만 경기 불황의 벽에 부딪혀 접대용 음용으로 인기를 끌었던 위스키 시장의 거품이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는 것도 이들에겐 걱정거리다.

이 상황을 미리 감지하지 못했던 글로벌 업체들의 대응력도 점차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결산월을 맞은 디아지오는 이번에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고 페르노리카는 이미 실적 부진으로 최근 사장과 핵심 임원들이 대거 교체됐다.

이제 글로벌 위스키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국내 시장에서 더 이상 '위스키'만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일각에선 주류 음용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국내 시장에 이들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보드카 등 다른 주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들도 있다. 이런 시점에서 각 사의 한 때 야심작이었던 '헤이그 클럽'과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의 실패는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어쩌면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의 국내 시장에서의 한계가 두 제품에서부터 드러난 것은 아닐까.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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