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중국 최대 가전회사 하이얼이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로룩스(GE) 가전 사업부를 54억달러(약 6조5천600억원)에 인수한다. 이는 중국 기업의 해외 가전 업체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다.
이번 인수로 하이얼과 GE 연합군의 매출 규모는 단숨에 세계 1위 월풀 수준까지 뛰어오를 전망이다.
중국이 TV, 스마트폰에 이어 생활가전까지 완제품 세계 최고 자리를 넘보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국내 전자업계는 하이얼과 GE가 고가 가전 시장에서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낮아 당장은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규모의 경제' 면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눈치다.
중국 하이얼이 미국 GE 가전사업부를 54억달러에 인수하는데 합의했다고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유럽 가전 1위 일렉트로룩스가 33억달러에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려 했지만 미국 정부의 독과점 우려로 불발된 바 있다. GE 가전 사업이 다시 매물로 나오자 중국 기업들이 관심을 보인다는 관측도 이어졌다. 결국 새주인은 하이얼이 된 셈이다.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나서 제동을 걸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하이얼이 일렉트로룩스에 비해 미국 시장 지배력이 낮아 일렉트로룩스 때처럼 이를 반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GE 품은 하이얼, 단숨에 매출 1위 월풀 위협
하이얼은 이번 GE 가전 사업 인수로 홈그라운드인 중국은 물론 최대 가전 시장인 미국까지 영향력을 넓힐 수 있게 됐다. 매출로 세계 1위인 월풀 뿐만 아니라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에도 상당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하이얼은 막강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 가전 점유율 1위(유로모니터 기준)업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내 입지가 낮아 매출 규모는 15조원 안팎으로, 20조원대로 세계 1위인 미국 월풀에는 밀리고, 삼성전자나 LG전자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또 GE 가전사업은 고가 시장에서 고전하면서 중저가 제품에 집중, 현재 연매출 10조원 가량을 올리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 하이얼이 GE 가전 사업을 인수하면 세계 1위 월풀과 매출 규모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다.
월풀은 물론 삼성과 LG전자도 덩치를 키운 하이얼과의 싸움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다만 국내 업체는 주력시장이 달라 당장은 이번 M&A에 따른 여파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이 최근 프리미엄 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이얼과 GE는 중저가 시장에 집중해온 탓이다. 이 탓에 일렉트로룩스가 인수를 추진 할때보다는 덜 위협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력을 보유한 유럽 1위 일렉트로룩스가 미국 시장을 겨냥해 이번 인수를 추진 했을 때가 더 위협적이었다"며 "GE 가전은 현재 기술력으로 인정 받고 있지 않는데다, 여기에 중국 기업이라는 이미지까지 입혀지면 미국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삼성이나 LG는 최근 선진 시장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힘을 쏟으면서 이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하이얼과 정면 승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이라는 최대 시장에서 파급력이 커져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업체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은 최대 가전 시장으로 판매량과 점유율을 높이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 입지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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