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수단 여자아이들의 삶은 여전히 가혹하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기는커녕 어린 나이에 결혼에 떠밀려 아기를 낳다 목숨을 잃는 일이 지금도 빈번하다.
신간 '돌아보지 말고 뛰어!'는 내전에 휩싸인 수단을 배경으로 아프리카 여성들의 인권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뜀박질을 좋아하고 지기 싫어하던 말괄량이 소녀 포니가 난민이 되어 가혹한 삶의 이면을 고스란히 체험하면서도 꿈과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인생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 책 원제목의 일부인 'Lost girl(boy)'은 1983년 제2차 수단 내전 당시 무차별 공격과 폭격으로 고아가 된 남수단 고아들을 가리킨다. 이 아이들 중 일부는 고향 마을이 파괴되고 가족들이 죽는 것을 고스란히 목격하고, 오로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걸었다. 이웃나라인 케냐의 카쿠마에 유엔 난민 수용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용소에서도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사막의 기후 환경 때문에 건강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국제적으로 남수단 고아들이 관심을 얻기 시작한 것은 외국인 봉사단체에서 이 수용소의 난민 소년들을 취재해 라는 영상물을 제작하면서부터다. 그러나 남자아이들은 빈번히 언급되는데 반해 같은 처지인 여자아이들은 좀처럼 듣기가 어려웠다. 미국 정부 관계자가 카쿠마 난민 수용소를 방문했을 때도 여자아이들은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다.
수용소의 '무연고 아동' 구역에 모여 사는 소년들과 달리, 여자아이들은 편의를 위해 일방적으로 지정한 어른 난민 아래로 들어가 '억지 가족'이 돼야 했다. 이렇게 배정된 가족들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고 양부모가 된 이들은 보호자 자격을 내세워 소나 현금을 받고 양딸을 팔아넘기는 일이 벌어졌다.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이 카쿠마 수용소의 수단인 지도자를 방문해 난민 고아 재정착 문제를 논의했는데, 이때도 수단의 '남자 어른'들은 '남자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자고 주장했다. 해외로 데려가기에도 소년들이 적합하고 미국 학교들도 남자아이를 좋아할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1999년 수단의 고아 소년 4천명이 미국으로 건너가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그러나 같은 기회를 얻은 여자아이는 고작 89명뿐이었다. 결국 국제난민기구가 나서 미국 정부와 유엔 난민기구에게 소녀들에게도 더 기회를 주라고 권고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수단의 고아 소녀들이 재정착 대상으로 본격 고려된 것은 2001년부터다.
돌아보지 말고 뛰어는 이런 혹독한 운명을 감당해야 했던 수단의 소녀들이 열린 교육을 받고 사회 지도자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원작자인 리아 배서프와 로라 데루카는 캐나다로 들어오는 모든 시리아 난민 가족들에게 책을 기부하고 있다.
미국 학부모협회 선정 우수 소설부문 금상, 콜로라도 도서상 청소년도서 부문을 수상했고 미국 도서관협회 선정 어린이 권장 도서,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미국위원회 선정 우수 도서로도 선정됐다.
(리아 배서프, 로라 데루카 지음, 구태은 옮김/봄볕,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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