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2박3일이 하룻밤 꿈 같이 지나갔다. 2시간씩 6번, 12시간의 상봉은 피붙이를 그리며, 새카맣게 타들어간 가슴을 안고 살아온 지난 65년 세월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1차 상봉에 참여한 남측 상봉단 96가족(389명), 북측 76가족(141명)은 지난 20일 단체상봉과 환영만찬, 21일 개별상봉·점심식사·단체상봉, 22일 작별상봉 등 6차례 가족들을 만났다.
오랜 세월 떨어져 산 탓일까. 첫 단체상봉에서 이산가족들은 살아생전 다시 만나지 못할 줄로만 알았던 가족이 눈앞에 나타나자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다소 어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어색함도 잠시, 둘째 날 숙소에서 개별상봉을 가진 뒤에는 서로 음식을 먹여주는 등 한층 가까워졌다.
만남의 기쁨이 컸던 만큼 헤어짐의 아쉬움도 컸다. 행사 마지막 날인 22일, 작별상봉이 이뤄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그야말로 눈물바다가 됐다. 이산가족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약 없는 재회를 약속했다.
상봉 일정을 모두 마친 이산가족들은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발걸음을 돌렸다. 2시간씩 이뤄진 '징검다리' 상봉에 불만을 토로하는 가족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상봉단에 포함되지 못한 이산가족들에게는 이마저도 꿈같은 이야기다. 상봉이 자주 이뤄지는 게 아닌데다 어렵사리 성사되더라도 규모가 워낙 작아 상봉단에 포함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문제는 이산가족 상봉 대기자 6만6천여명 가운데 80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이 넘고, 70대 이상 고령자는 80%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남은 수명을 고려한다면 가족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전면적 생사 확인, 화상 상봉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번 상봉을 계기로 더욱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이산가족 문제는 이산가족의 입장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이는 특정 개인의 문제도 아니고 정치적, 군사적 문제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절실하다"면서 "남북 당국은 상봉 규모와 횟수를 늘리고 화상 상봉, 서신 교환 등 상봉이 상시적이고 정례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이번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조속히 당국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상시화를 논의하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10년 내 이산가족 전원이 상봉할 수 있도록 우리 당이 주장해온 '민족 대 상봉 프로젝트'를 실천해 달라"고 촉구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