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국내 대표적 대기업집단 계열의 공익재단이 편법 상속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사진) 의원은 14일 공개한 자료를 통해 "대기업 공익법인들이 계열사 주식을 대거 보유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회피해 사실상 상속증여 수단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현행법상으로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회사는 이 금액을 기부금으로 처리해 세제혜택을 받는다. 또한 공익법인도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박영선 의원실이 국세청을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생명 공익재단과 삼성꿈장학재단,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등이 삼성생명과 삼성SDS 등 계열사 주식을 장부 기준 4천93억원 규모로 보유 중이다. 이를 지난 7월말 기준으로 환산하면 시가로 총 5조4천402억원이다.
박 의원은 "지난 5월 상당수 삼성그룹 공익재단 이사장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바뀌었다"며 "상속증여세율이 최고 50%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회장이 상속증여세를 한푼도 내지 않고 5조원이 넘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도 비슷하다. 정몽구 회장은 2006년 현대글로비스 비자금 사태 직후 1조원 사재 출연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유주 8천500억원을 출연했으나 이 중 5천800억원분은 현대차정몽구재단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영선 의원실에 따르면 LG그룹 공익법인들의 LG·GS 그룹 계열사 보유지분의 장부가액은 575억원이지만 같은 기간 기준 3천593억원이다. 롯데그룹 공익재단도 장부가액으로 581억원의 계열사 보유지분을 갖고 있으나 시가는 4천923억원이다.
한편 상속증여세법에 따라 공익법인이 상속증여세 혜택을 받으려면 국내 법인 의결권 주식 5% 이상을 보유해선 안 된다. 그러나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된 경우 지분 보유를 10%까지 확대할 수 있다.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된 경우다.
박 의원은 "2007년 상속증여세법상 성실공익법인제도를 신설할 무렵 야당(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도 극구 반대했지만 최경환 당시 조세소위 위원(현 기재부 장관)은 찬성했다"며 "공익법인이 편법상속증여 수단으로 악용되면 재벌 일가가 수조원의 부를 쥐는 반면 세금은 제대로 걷지 못해 결국 국민들만 손해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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