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소리나 캐릭터만큼 화제나 이슈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콘텐츠도 드물다. 특히 휴대폰 액정화면용 캐릭터는 인기 있는 TV 프로그램이나 CF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어왔고 그렇게 제작된 패러디 캐릭터들이 한해 동안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부지!""왜 그러냐?""물어볼 말씀이 있습니다.""또 뭐냐?""전 왜 바보가 됐나요?""내 폰 쓰다가 맞아서 그렇다. ㅋㅋ"
인기 롱런을 기록하고 있는 KBS '개그콘서트'의 한 프로그램, '바보삼대'를 패러디한 캐릭터다. 스타의 산실 '개그콘서트'는 인기 캐릭터의 산실이기도 하다. 캐릭터 아이디어의 보고(寶庫)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엽기스런 그녀'의 유행어인 '귀엽지 반했지 사랑스럽지'는 개그콘서트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다양하게 변형됐다. '엽기스런 그녀'의 캐릭터 자체에 충실한 그림은 물론이고 순정 만화류의 그림이나 귀여운 아기 캐릭터에도 많이 차용됐다. '바보삼대'의 독특한 대사체를 변형한 캐릭터도 많다. 최근에는 '봉숭아 학당'의 따귀소녀가 각광 받고 있으며, '생활 사투리'도 등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작된 캐릭터 수를 보나 다운로드 횟수를 보나 가장 많이 활용된 프로그램으로는 '수퍼 TV 일요일은 즐거워'의 '공포의 쿵쿵따'가 꼽힌다. '공포의 쿵쿵따'는 사회적 이슈다. KBS가 추석 특집으로 마련한 쿵쿵따 대회에 3만 명이 참여했고 술마시기 게임이 쿵쿵따로 바뀌었다. 인터넷에는 쿵쿵따 게시판이 생겼고 책장 한 구석에 잊혀져 있던 국어사전이 다시 책상 위로 올라왔다.
한 때는 캐릭터 다운로드 코너를 온통 쿵쿵따가 장식하기도 했다. '로망스' '겨울연가' '명랑소녀 성공기' 등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를 소재로 한 캐릭터들이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쿵쿵따 캐릭터는 꾸준히 사랑 받았다.
내용은 대개 휴대폰 사용에 관한 것들이다. '쿵쿵따리 쿵쿵따~' 신호가 먼저 나오고 '니폰쓰!, 쓰지맞, 맞는다' 같은 글이 반복되는 식이다.(말은 안 된다) 그림 주인공도 다양하다. 개그맨들의 얼굴을 흉내낸 그림에서 출발해 아기 쿵쿵따, 조폭 쿵쿵따 등으로 변형됐고 여름에는 귀신 쿵쿵따도 등장했다. 세 명만 등장하면 무조건 쿵쿵따가 됐다.

쿵쿵따의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 '공포의 쿵쿵따' 코너에 변화가 생겼다. 시작 신호가 '쿵스 쿵스'로 바뀐 것. 캐릭터 디자이너들이 이 변화를 놓칠 리 없었다.
캐릭터 디자이너들은 텔레비전 앞에 붙어 산다. 심지어 TV 앞에 모여 앉아 회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비해 반응이 빨리 나타나는 CF는 가장 좋은 아이디어 소재다. 최근에는 신구의 롯데리아 CF가 대박 나면서 '니들이 ~을 알어?'라는 멘트를 사용한 캐릭터가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패러디 캐릭터가 주류를 차지하는 것은 이미 인기를 얻은 내용은 캐릭터로 만들어도 히트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해서 캐릭터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을 패러디라고 할 수는 없다. 창조적 변형이나 비판이라는 요소가 없는 흉내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흉내내기라고 쉽게만 볼 일은 아니다. 캐릭터 제작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어느 디자이너가 빨리 인기 프로그램이나 CF를 캐릭터로 만들어 올리느냐는 것은 캐릭터 성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빨리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히트할 것이라고 기대한 드라마를 소재로 캐릭터를 만들었는데 드라마에 대한 반응이 영 시원찮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다운로드 코너에 올라가지도 못하고 조용히 삭제되는 캐릭터도 종종 생긴다.
/김문영기자 noname0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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